논문에서나 쓰이던 연애 심리학이 예능 소재로 떠올랐다. 최근 방영된 ‘하트시그널 시즌2(이하 ‘하트시그널2’)’는 ‘2018 연애학개론’이라 불렸다. 남의 연애사, 내 연애사 어디든 넣어도 착착 들어맞는 공식을 보며 전국의 썸남 썸녀들은 ‘격공’했다.

과거에도 연애학개론을 전파한 예술가가 있었다. 러시아의 화가 마르크 샤갈이다. 샤갈은 평생동안 세 명의 여자를 만났다. 첫사랑이었던 아내 벨라, 내연녀 버지니아, 그리고 두 번째 아내 바바. 머나먼 과거의 로맨스지만, 그들의 사랑에는 지금도 공감할 수 있는 사랑 공식이 있었다. 현대의 연애학개론 ‘하트시그널2’와 샤갈이 예술로 승화시킨 사랑의 교차점을 찾아보자. 

1. 초두효과에서 성공해야 사랑을 쟁취할 수 있다.

‘하트시그널2’ 출연자 ‘임현주’와 ‘김도균’이 첫 데이트를 하던 중, 처음 만난 날을 떠올린다. 임현주가 물었다. “내가 들어온 다음에 무슨 생각했어?” 김도균은 말 대신 종이 위에다 썼다. “예쁘다.”

‘초두 효과’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첫인상에서 특정 이미지를 굳힐 수 있다.  이미지가 잘못 각인될 경우에는 강력한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임현주는 반전시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샤갈과 벨라는 첫 만남에서 서로의 눈에 빠져들었다. 샤갈의 첫 아내 ‘벨라 로젠펠드’는 그와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샤갈의 푸른 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한 색깔이었다.” 샤갈은 벨라의 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과 눈, 그녀의 검은 눈은 얼마나 크고 둥근지! 그것이 바로 나의 눈, 나의 영혼이었다” 샤갈이 벨라의 영혼까지 스캔했던 것을 보면 그는 벨라를 꽤 오랜 시간 응시하며 시그널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샤갈과 벨라의 케미스트리는 작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샤갈의 1879년작 ‘와인잔을 든 이중 자화상’에는 화면 전체를 차지하고 서 있는 벨라와 샤갈이 있다. 샤갈은 벨라가 30년 동안 자신에게 영감을 주었던 사실을 기념해 이 그림을 그렸다. 벨라는 샤갈을 목말 태우고 있다. “오랫동안 그녀의 사랑은 나의 예술을 채워왔다.” 샤갈은 벨라와 사별 후 다른 여자를 만났지만 늘 벨라를 그리워했다. 샤갈과 벨라의 초두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하게 지속된 것이다. 평범함에서 특별함으로, 빈도에서 강도로 옮겨가는 초두효과의 마법이었다.

 2. 샤갈은 김현우처럼 마성의 호르몬을 풍기는 남자였다.

‘하트시그널2’ 패널로 출연한 정신의학박사 양재웅은 연애 궁합에 대해서 2가지 호르몬을 언급한다. 짜릿한 자극과 끌림을 주는 ‘도파민 호르몬’과 친구 같은 안정감을 주는 ‘세로토닌 호르몬’이다. 이 두 가지 신경 물질 중 어느 쪽이 더 많이 나오는지에 따라 상대에 주는 매력도 다르다. 마치 남들과는 다른 향수를 뿌린 것처럼 말이다.

벨라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샤갈은 영감을 받았다. 호르몬 이론을 대입하면 벨라를 ‘설렘폭발’하는 도파민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바바와의 로맨스는 달랐다. 바바는 지성이 넘치거나 영감을 주는 사람은 아니었으나 친구의 편안함과 연인의 설렘이 모두 있는 세로토닌한 사랑을 한다. 바바와 지중해의 햇볕을 쬐고 느릿한 샹송을 들었던 탓일까? 그의 연인관계는 밝고 따뜻한 예술로 승화된다.

샤갈에게 세로토닌을 그려달라고 의뢰한다면 남프랑스에서 바바를 만난 뒤 그린 ‘큰 빨간 부케’와 같을 것이다. 샤갈은 이 그림에서 바바와 남프랑스에서 얻은 영감을 표현했다. 주요 모티프인 꽃은 샤갈의 생애 전반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작품 속에 등장하는데 ‘큰 빨간 부케’는 당시 그가 매혹되어 있던 남프랑스의 목가적인 풍경을 한결 차분하고 온화한 빛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그 다채로운 색상은 바바가 샤갈에게 전한 세로토닌의 힘이었을지도 모른다.

  3. 샤갈은 T.P.O에 맞는 데이트 코스를 알고 있었다.

 ‘하트시그널2’ 정재호는 남성 출연자들과 대화하던 도중 송다은과 한 데이트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한다. “난 그냥 데이트 자체가 좋았기 때문에 다은이를 좋게 기억하는 건지, 다은이라는 사람이 좋았기 때문에 그 데이트가 좋았던 건지 모르겠어. 지금 생각해 보면 둘 다 좋았던 것 같아.” 이후 정재호와 송다은은 매회마다 서로에게 직진하는 사랑을 보여 줬다.

데이트는 단순히 좋은 상대와 다녀왔다는 것으로 완성될 수 없다. 데이트에도 T.P.O.(Time, Place, Occasion)가 필요하다. 시간, 장소, 상황(T.P.O.)에 따라 사랑의 모멘텀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샤갈은 벨라와 사별 후 딸 이다의 소개로 30세 연하 ‘버지니아 해거드 맥닐라(이하 버지니아)’를 만난다. 사실 이다는 버지니아를 샤갈의 집안일을 도울 ‘하우스키퍼’로 소개했지만 둘은 곧 연인이 된다.

샤갈은 버지니아와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갔다. 전시회는 T.P.O.에 잘 맞는 데이트 코스였다. 커플은 전시회에 들어선 순간 19세기 파리, 또는 그 이전의 시대로 타임 워프 할 수 있었다. 사랑에 목숨 걸고 낭만에 흠뻑 빠진 예술가들의 작품 앞에선 30살이라는 나이 차이를 극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한, 그 당시 뉴욕 현대미술관 근처에는 지친 다리를 쉬게 할 아름다운 쉼터와 공원, 카페가 있었다고도 하니 낭만적인 데이트 코스가 아닐 수 없다.

강남에 위치한 M컨템포러리 아트센터는 데이트 코스로 매력을 발산하는 곳이자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역동적인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4. 사랑하고 싶다면 상대방에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 주자.

불길이 치솟는 프라이팬 위에 닭고기가 한 바퀴 공중부양한다. 셰프 김현우가 팔근육을 낭비하는 모습이다. 김현우는 ‘하트시그널2’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 여성 출연자들을 초대했다. 출연자들에게 물을 따라 줄 땐 테이블 옆에서 무릎을 꿇었다. 자신이 만든 음식과 눈높이를 같게 하기 위한 작업이다. 음식을 섬세하게 다루는 모습은 여성 출연자들을 심쿵하게 했다.

샤갈은 색채의 마술사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가 진짜 사랑한 작업은 판화였다. 그의 여자들이 가장 많이 본 그의 모습은 담담하게 동판을 파내고 잉크를 짜 넣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석판이나 동판을 만진 순간 마치 부적을 만진 것 같았다. 나의 기쁨과 슬픔을 그 안에 녹여 낼 수 있는 것처럼 느꼈다.” 그는 판화를 숭고한 작업으로 여겼고 판화를 파내는 작업을 거듭했다.

M컨템포러리 아트센터는 샤갈의 동판화적 기법이 들어간 작품을 국내 최대 규모로 전시하고 있다. 사뭇 어두운 흑백 판화 전시는 샤갈의 내밀한 인생관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그중 스페인 시민전쟁을 바탕으로 쓴 ‘대지에서’ 속 삽화들은 색 덧칠을 배제했다. 샤갈은 대상을 두드러지지 않게 하는 대신 대상과 환경을 동등하게 배치했다. 인간과 고통스러운 전쟁의 비극을 판화로 담담히 서술하며 평화, 인류애를 담아내는 데 몰입했다.

5. 과거의 연인에게 미련이 있더라도 새로운 연애 앞에서는 초연해야 한다.

송다은과 정재호는 인천 앞바다에서 데이트를 한다. 정재호는 데이트를 하는 내내 ‘송다은의, 송다은에 의한, 송다은을 위한’ 이야기를 한다. 심지어 UFC의 선수들도 그녀가 좋아하기에 달달하게 얘기한다. 한편, 송다은은 정재호 앞에서 은연중에 다른 남자를 이야기한다. “현우 오빠가 왜 그렇게 했을까?” “나 현우 오빠한테 그 얘기 했는데.” 등 송다은의 멘트는 그녀에게 관심이 있던 정재호를 서운하게 한다.

벨라는 샤갈이 인생에서 처음으로 사랑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1944년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샤갈의 곁을 떠나고 만다. 다음 해 샤갈은 버지니아를 만난다. 벨라에 대한 빈자리를 성급하게 대체한 만남 때문이었을까. 샤갈은 새 여자 버지니아에게 종종 벨라에 대한 기억을 소환했다. “벨라는 내가 그림을 그릴 때 옆에서 책을 읽었다. 버지니아, 당신은 왜 그렇게 하지 않는 거야?”, “이게 아니야. 벨라가 했던 포즈랑 똑같게 해 줘.”

벨라는 샤갈에게 작품 전반에 거대한 영향을 끼치는 유력자였다. 하지만 그 사실이 버지니아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결국 버지니아는 샤갈을 떠나고 만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과거의 연인에 관해 설명하는 것은 즐겁게 들을 수 없는 것이다. 지금 바로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자. 사랑하는 사이 아닌 친구, 또는 가족에게도 꼭 지켜야 할 매너다. 

 6. 그 사람 앞에서는 싫어하는 것도 좋아할 줄 알아야 한다.

임현주와 김현우가 데이트하는 날, 차 안에서 김현우에게 묻는다. “오빠, 붕어빵 좋아해요? 슈크림 좋아해요 팥 좋아해요?” “글쎄 나 팥 좋아하는데.” “나도 팥! 슈크림 진짜 안 좋아해.” 잠시 후 김현우가 임현주에게 묻는다. “만화책 좋아해?” “좋아해용……(꽉 찬 하트)” 공통점을 발견한 것만으로 이들의 관계는 급속도로 진전됐다.

샤갈의 딸 이다는 아버지가 버지니아와 헤어진 후 러시아 여성 바바를 소개했다. 바바와 샤갈은 공통점이 많았다. 같은 러시아 출신에 유대 신앙이었기 때문에 처음 만난 사이에도 물 흐르듯 대화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65세의 샤갈은 바바와 또 결혼한다. 샤갈이 바바에게 바친 시를 보면 그가 얼마나 사랑꾼인지 알 수 있다. “나는 그대만을 바라볼 뿐이고, 그대는 오직 나를 위해 존재할 뿐이오.”

샤갈은 바바를 그린 ‘바바의 초상’에서 러시아의 색과 분위기를 녹여 냈다. 작품 속 바바 뒤에 있는 화가는 샤갈이다. 그는 종종 바바의 초상화에 자신을 당나귀 또는 화가의 모습으로 함께 그려 넣었다. 그림에서도 영원히 그녀의 곁을 지키겠다는 뜻이었을까? 샤갈이 남긴 바바의 초상화는 지금도 세계를 돌며 생명력을 지속하는 중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샤갈의 작품은 바쁜 여정을 보내게 될 예정이다.

르메르디앙 서울 호텔 1층에 자리한 M컨템포러리에서는 오는 9월 2일까지 ‘마르크 샤갈 특별전-영혼의 정원’전이 열린다. 총 260여 점의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전시다. 작품은 크게 네 가지 섹션으로 나뉘어 구성됐다. 1부 ’꿈, 우화, 종교’는 샤갈의 종교적 상징주의와 낭만주의를, 2부 ‘전쟁과 피난’은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샤갈의 내면세계를, 3부 ‘시의 여정’에서는 샤갈의 대표적 주제인 꽃, 꿈, 서커스 등을 담은 작품들을, 마지막 4부 ‘사랑’은 샤갈의 러브 스토리가 중심이다. 자세한 정보는 여기에서 확인 할 수 있다.

[CHECK POINT]
□ 현재 샤갈 특별전에는 샤갈의 세 명의 여인 중 첫 번째 아내와 두 번째 아내가 한 공간에 있다. 그것도 바로 옆에 나란히.

□ 샤갈 특별전 입구에 자리한 비스트로&카페 ‘미드 센츄리(Mid Centuty)’에는 샤갈이 작품에 옮겨 놓았을 법한 커피와 와인을 맛볼 수 잇다.

□ 샤갈의 작업실을 재현한 ‘샤갈의 공방’에서 판화체험이 가능하다. 자기 그림을 공방 벽에 붙일 수도 있다. 세계 거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 ‘꿀 보이스’ 유인나는 평소 마르크 샤갈을 좋아했다. 유인나는 목소리 재능기부로 샤갈 특별전 오디오 가이드에 참여했다. 이어폰 볼륨을 너무 높이지 않도록 하자.

□ 샤갈 특별전에는 샤갈 자화상도 있다. 왠지 그 옆에는 ‘치명적인 매력. 주인공은 나야 나.’ 같은 타이틀이 있을 것 같다.

기사 출처 :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b4feac2e4b0fd5c73c2070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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