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중학교 3학년 여학생입니다. 

저희 반에는 이란에서 온 친구 한 명이 있습니다. 7살에 한국으로 와 지금까지 한국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니고 있는 우리 한국 사람과 별반 차이 없는 이란 국적의 아이입니다. 제 친구는 초등학교 2학년 때 기독교로 개종했고 지금도 성당을 다니고 있는데 이 때문에 이란으로 돌아가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 이란은 무슬림 율법인 샤리아법이 지배하는 사회로 배교는 사형에 처하는 중형으로 다스려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 친구처럼 우리나라에서 기독교로 개종해 이란으로 귀국한 사람이 이란경찰당국의 구타에 의해 사망했다는 기사가 올해 5월에 신문기사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 친구는 난민신청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난민법에는 ‘종교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가 존재하면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 친구의 난민신청은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기각됐습니다. 그래서 소송이 진행되었습니다. 1심에서는 제 친구가 이겼고 2심에서는 제 친구가 졌습니다. 그리고 3심 대법원 판결, 제 친구의 항소는 ‘심리불속행기각’이란 처음 들어본 용어로 대법원에서 심리조차 열리지 못하고 기각되었습니다. 제 친구의 희망이 산산조각 난 것입니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저희반 아이들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난민문제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유를 알아냈습니다. 문제는 법이 아니라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에게 있다는 걸, 출입국관리사무소조사관들과 판사님들께 있다는 걸.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난민인정률은 1%대입니다. 재판에서 난민이 이기는 비율은 그보다 적은 0.5%대구요. 6년만에 난민으로 인정된 욤비 토냐 씨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정보국에서 일하다가 야당에게 정부 비판 자료를 넘겨준 이유로 체포돼 갇혔다가 탈출해 우리나라에 와서 하늘의 도움으로 당시 체포됐을 때 조사받았던 자료와 자신의 탈출을 다룬 콩고 신문의 기사를 구해 자료로 제출했으나, 자료가 조작되었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난민인정을 거부한 이야기. 

엄격하다 못해 지독한 이야기입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제 친구의 기독교 개종의 진정성을 의심했습니다. 심사 인터뷰 내내 한국에 온 이유와 이슬람교를 버릴 때 위험성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이슬람교의 교리에 대해 질문해 놓고 기독교의 교리에 대해 모른다고 주장하며 아직 나이가 어려 종교적 가치관을 가질 나이가 아니라고 마음대로 불인정 사유서에 적어 넣었습니다. 

판사님들은 출입국관리소가 제출한 영국내무부의 자료의 논리, ‘기독교 같은 소수 종교도 이란 내에서 차별은 받지만 주목할 포교활동을 하지 않는 한 박해받지 않는다’는 주장만 받아들였습니다. 미국국무부의 자료, UN의 자료, 같은 영국의회의 자료에서 모두 기독교로의 개종을 배교로 보고 심각한 위협을 가한다고 주장하는데 오직 한 가지 자료만의 주장이 채택된 것입니다. 더구나 제 친구는 1심판결에서 이긴 후 여러 언론에 기사가 나갔습니다. 그만큼 위험도가 높아진 것입니다. 그런데 재판에는 이런 상황 변화도 반영되지 못 했습니다. 심리불속행기각이란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사건이 밀려 많은 사건을 심리조차 열지 않고 그냥 기각시켜 버린다더군요. 사회적 쟁점이 되는 큰 사건을 제외하고는요. 그런데 제 친구의 사건이 작은 사건입니까? 1심과 2심이 다르고 목숨까지 걸려있는데요? 

저희반 아이들은 모두 분개했습니다. 너무 억울했습니다. 이란으로 가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소리 소문없이 사라진다는 기독교 개종자들. 풀이 죽어 있는 친구를 보며 너무 가슴이 아팠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우리의 처지가 너무 암울했습니다. 그런데 한 줄기 빛이 찾아들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난민인권센터란 곳을 수소문해 보시다가 마지막 방법으로 난민지위재신청이란 것을 할 수 있다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번에도 출입국관리사무소에다 신청하는 것입니다. 가능성이 낮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저희에겐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청와대에 청원을 하기로 했습니다. 청와대에 청원을 해서 이번만큼은 공정하게 편견없이 제 친구가 심사받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품 안에 들어온 생명은 함부로 버리는 게 아니다.’ 

저희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우리가 맡을 수 없다면 이웃에게 맡겨서라도 살 방법을 찾아주는 게 도리겠지요. 하물며 그냥 생명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이고 우리와 중학교 3년을 같이 했던 친구인 것을요. 

저는 진정 묻고 싶습니다. 3만달러 시대라고 하는 우리 대한민국이 정말 제 친구 하나를 품어줄 수 없는 것인지, 인권변호사셨던 대통령님께서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난민심사를 개선할 생각이 없으신지. 

이제 제 친구는 신분증도 빼앗기고 출국 날짜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친구가 떠나는 날을 생각하면 눈물이 쏟아지고 가슴이 떨립니다. 친구가 그렇게 허망하게 가버리면 저희반 27명, 아니 저희 학교 600명 학생에겐 말로 못할 큰 상처가 될 것입니다. 평생 가슴을 누르는 짐이 될 것입니다. 정의가 있다면, 우리 국민 마음 속에 정의가 남아 있다면 제 친구를 굽어 살펴줄 것이라 믿습니다. 부디 제 친구가 난민이 되어 이란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제 친구의 안전을 지켜주십시오. 간절히 호소합니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청원이 진행 중인 글입니다.

기사 출처 :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b46ffaae4b022fdcc560e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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