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이번엔 주 52시간 근무제 관련 꼼수로 입길에 올랐다. 임원 운전기사를 근로기준법 적용이 제외되는 ‘감시·단속직’(감단직)으로 전환하려다 해당 기사가 이를 거부하자 파견업체가 운전기사를 해고했다.

 

 

대한항공 서울여객지점에서 한 임원의 수행기사로 일했던 ㄱ씨는 9일 <한겨레>와 만나 “감단직 전환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최근 파견업체로부터 근로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ㄱ씨는 지난달 말께 파견업체로부터 ‘감시단속적 근로자’ 동의서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미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고정급을 받는 포괄임금제로 계약한 ㄱ씨는 감단직 전환까지 받아들이면 ‘무제한 근무’를 하게 된다는 생각에 서명을 거부했다고 한다. 그 대가로 ‘해고 통보’를 받은 셈이다. ㄱ씨는 “지난 5월 한 달 동안 출근에서 퇴근까지 노동시간이 332시간이었다”며 “주당 평균 83시간을 일했는데 어떻게 감단직에 동의할 수 있겠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파견업체가 ㄱ씨에게 제시한 근로계약 해지 사유는 세 가지였다. △동료와 지속적 불화 △주 52시간에 대한 일방적 주장 고수 △사용 사업주로부터 교체 요청 접수 등이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주 52시간 시행에 대비해 대기 시간이 긴 운전기사의 업무 특성상 파견업체에 감단직 동의 신청을 요청한 것은 맞다”면서 “ㄱ씨가 감단직 전환에 동의하지 않아 파견업체에 직원 교체를 요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근로계약 해지 자체는 파견업체가 직접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고관홍 노무사는 “사업장의 노동자가 단 한 명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사업주가 고용부에 감단직 신청을 할 수 없다”며 “대한항공이 ‘을’인 파견업체를 통해 감단직에 동의하지 않는 파견노동자를 사실상 해고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쪽은 주 52시간제 적용을 피하려 감단직 전환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감단직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휴게·휴일 등의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관련 규정을 보면, ‘감시적 근로자’는 경비원처럼 신체적·정신적 피로도가 낮은 감시 업무 종사자로, ‘단속적 근로자’는 간헐적 노동으로 대기시간이 많은 업무 종사자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업무 구분이 쉽지 않고 악용될 우려가 커 반드시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실제 전문가들은 기업이 주 52시간제 회피를 위해 일선에서 감단직 동의를 강요하는 사례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5월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감시단속직 신청’을 강요받고 있다는 보일러 기사의 글이 올라왔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대한항공이 ㄱ씨 같은 파견노동자에게 감단직을 강요한 것처럼 다른 기업에서도 단속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꼼수들이 이어질 것”이라며 “포괄임금제와 감단직 강요는 장시간 노동을 방지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므로, 정부 차원에서 엄밀한 단속을 벌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사 출처 :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b44698ee4b0c523e26241d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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