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 검토 문건’이 군의 지침과는 다르게 작성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합동참모본부는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기자실에서 ‘2016 계엄실무편람’(이하 계엄편람)을 공개해 취재진이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0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67쪽짜리 ‘계엄령 검토 문건’의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문건의 세부 내용에 대해 “2년마다 수립되는 계엄실무편람과 전혀 상이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무사가 만든 계엄대비계획을 세우면서 ‘매뉴얼’로 쓰이는 계엄편람을 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실제 이러한 지적은 합참의 계엄실무편람 열람을 통해 확인됐다. 실제 계엄편람을 살펴보니 청와대가 공개한 ‘기무사 계엄 문건’과 계엄편람의 내용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다. 계엄편람을 따른 것으로 보이는 대목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적지 않았다.

김 대변인이 공개한 기무사 문건 내용에는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막기 위한 방법” △“당정 협의를 통해 여당(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계엄해제 국회 의결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 △“계엄사령부가 (국회의원의) 시위·집회 금지, 반정부활동 금지를 포고하고 위반 시 구속 수사 등 엄정처리 발표 뒤 반정부 활동 의원 집중 검거 후 사법처리해 의결 정족수를 미달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있다고 알려졌지만, 실제 계엄편람에는 이렇게 계엄 상황에서 국회를 통제하는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계엄령 발동 시 국회가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령을 해제할 수 있다는 헌법 77조 내용을 거스르는 “(계엄을) 해제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기무사 문건에는 포함)에 대해서도 나와 있지 않았다.

기무사의 문건에는 △“중요시설 494개소, 집회시설 2개소, 광화문, 여의도에 기계화사단, 기갑여단, 특전사로 편성된 계엄임무수행군을 야간에 전차와 장갑차를 이용해 신속하게 투입하는 방안”이 있다고 전해진 바 있다. 하지만 계엄편람에는 병력 운영에 대한 부분이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이뿐 아니라 “우리나라 대사관, 각국 대사관, 파견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어떻게 계엄령을 설득할 지 방안”도 기무사 문건에만 있고, 계엄편람에는 없었다.

김 대변인은 기무사 문건에 “통상의 계엄 매뉴얼과 달리 합참의장을 배제하고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추천하는 판단 요소와 검토결과가 포함돼 있다”고 했다. 계엄편람은 ‘계엄법’ 5조(계엄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에 따라 사령관을 정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원칙적으로는 국방부 장관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 이는 계엄사령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계엄사령관은 군내 최고 군령권자인 합참의장이 임명되는 게 통상적이다. 평상시 계엄 업무도 합참의장의 지휘를 받아 합참본부 계엄과에서 담당하고, 육군참모총장은 합참의장과 달리 군에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군령권조차 없다. 계엄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정한 기무사의 문건이 법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통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할 수 있는 이유다.

물론 기무사 문건과 계엄편람이 일치하는 대목도 있었다. 예컨대 “대통령이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 지시, 통제를 따르도록 하는 내용”은 계엄편람에도 나와 있었다. 편람 내용을 보면 “계엄법 7조 1항은 계엄지역 안의 행정기관(정보 및 보안업무를 관장하는 기관을 포함한다) 및 사법기관은 지체없이 계엄사령관의 지휘, 감독을 받아야 한다. 전국 비상계엄의 경우 정보 및 보안업무를 담당하는 국가정보원도 계엄지역 안의 행정기관으로 계엄사령관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나와 있다. 다만 “국정원 2차장이 계엄사령관을 보좌토록 한다”는 내용은 편람에 나와 있지 않았다.

“언론, 출판, 공연 등을 사전 검열할 수 있다”는 내용은 계엄편람에도 나와 있었다. 예컨대 “검열은 사전 검열을 원칙으로 보도지침에 부합되지 않는 내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삭제하거나 내용 수정을 지시한다”, “보도검열 위반 매체는 취재 제한, 지속위반 매체는 계엄포고 위반자로 조치한다“, “인터넷, SNS 등 사전검열이 불가능한 매체에 대한 감시는 계엄사령부 보도 검열단이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 유언비어 대응본부’와 협조하여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해당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언론 관련 인터넷 사이트가 있는 경우는 해당 지구, 지역계엄사령부에 인터넷 감시반을 편성한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다만, 청와대가 67쪽짜리 기무사 작성 계엄 문건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일부만 공개했기 때문에 문건이 계엄편람의 지침의 충실히 따랐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기사 출처 :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b55bb5fe4b0b15aba908bc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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