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의과대학이 여자 지망생의 1차 시험 점수를 일괄적으로 감점해 남녀 성비를 조작했다는 보도로 일본 열도가 들끓는 가운데 허프포스트 일본판에 이 대학에 2번 응시해 불합격한 삼수 준비생 여성이 편지를 보내 심정을 털어놨다.

이 여성은 ”명백한 성차별의 당사자가 된 것은 처음”이라며 억울함을 숨기지 않았다.

이 대학에 응시했던 여자 수험생의 현재 심정은 어떤지, 그 편지의 전문을 소개한다. 

처음 받아 본 여성 차별

저는 현재 스무 살. 재수생입니다.

사회에 공헌하고 싶습니다. 친척 중에 의사는 없지만, 산부인과 의사가 되기 위해 의대에 응시하여 두 번 떨어졌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도쿄의대에도 작년과 금년도 입시에 응시해 작년에는 1차에 불합격, 올해는 2차에 불합격되었습니다.

참고 : 도쿄의대는 수학, 영어, 과학 등의 과목을 대상으로 답안지에 표시하는 1차 시험(400점 만점)에서 합격자를 추리고, 1차 합격자를 대상으로 소논문과 구술 면접(100점 만점)을 진행한다. 지금까지 보도된 바로는 여성 응시자의 점수를 깎는 일괄 조작은 1차 시험 결과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2차 시험에서도 여성 응시자에게 불이익을 줬을 것이라는 예측이 팽배하다.

문부과학성 간부의 자제가 부정입학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는 ”역시나”라는 생각에 놀라움도 분노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여학생에게 불리하게 점수를 조작했다는 보도에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양성평등을 이루고, 성차별을 없애자는 오늘날에 이렇게 노골적인 성차별을 당사자로서 당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의학부 입시를 준비하면서 의사의 세계는 아직 남성 사회라는 점은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대학의 교원인 어머니로부터 남녀 간의 임금 격차가 있고, 남성 우위의 사회에서 여성이 대등하게 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15년 정도 지난 이야기입니다. 

여성을 돕고 싶은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기회를 빼앗긴다

최근 수년간, 미디어에서는 의사뿐 아니라 어떤 직업이라도 결혼과 출산이 여성의 커리어 형성의 장벽이 되고 있어 문제라고 다루고 있습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은 명백합니다. 

그런 현상에 작은 변화라도 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 굳이 남성 사회에 뛰어들어 남성과 대등하게 활약해야겠다고 벼르고 있었습니다.

여성에게 신체의 기능으로서 어쩔 수 없이 후손을 남기기 위한 시간의 제약이 있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한계도 의료의 발전에 의해 점차 길어지고 있습니다.

나 자신이 불임 치료와 생식의학에 뛰어들어 여성들이 직장과 아이를 모두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생각했던 만큼,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바대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 기회를 빼앗긴 것은 아이러니입니다.

친구는 불꽃놀이 사진을 올리고....되돌릴 수 없는 1년

저는 고교 시절부터 하고 싶은 일을 미뤄두고 동급생보다 공부에 시간을 더 쏟았습니다. 그런데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 아직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학창시절에 절차탁마한 동급생은 인스타그램에 어제의 불꽃놀이 장면이나 여행 간 사진을 올립니다. 왜 나는 스무 살에 친구도 연인도 만들지 못하고 한때 친했던 친구와도 멀어지며 혼자 공부를 하고 있을까, 허무해집니다.

이번 점수조작으로 제가 불합격된 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단지 실력이 부족했다고 말해버리면 그뿐입니다.

그러나 도쿄의대가 한, 이 조작으로 불합격한 수험생은 1년간의 노력이 짓 밝힌 것뿐만 아니라 건강하고, 체력도 에너지도 충분한 귀중한 1년의 세월을 허비하게 된 것입니다.

지위나 명예, 학력은 돈으로 살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시간과 젊음은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그 분노와 애끓음을 기억합니다.

″성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

시험 내용에서도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2차 시험 면접 논술과 같이 진행된 적성검사는 자동차 면허의 적성검사보다 압도적으로 문항 수가 많았습니다. 그 많은 질문 항목 중에는 건강 상태를 묻는 것부터 공적인 입시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당신은 현재의 성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까?”라는 등의 선정성과 관련한 문항이 3개 정도 있어 당황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마크 시트(객관식 답안지)에 표기하는 것이므로 누군가가 상세한 대답을 보지는 않겠지만, 분명히 모든 수험생에 대한 ‘성희롱’인 민감한 질문이 아무렇지 않게 입시에 나왔습니다.

적성 검사 문제는 걷어가 버렸고, 대학도 자세한 내용을 공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도쿄의대를 지원할 수 밖에 없는 사정

이 사건 때문에 내년에는 도쿄의대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매우 복잡한 일입니다.

사립 의대의 총 학비는 3000만엔(약 3억원)대 중반으로 꽤 비쌉니다. 그중 도쿄의대는 3000만엔 미만이라 비교적 저렴한 편입니다.

의사의 자녀가 아닌 수험생은 조금이라도 기회를 잡으려면 학교를 선호하는 호사를 부려서는 안 된다는 게 본심입니다. 이번 보도로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지 모릅니다. 사립의학부에서는 태연하게 행해지고 있는 행위일지도 모릅니다. 또한 이런 조작이 일반 회사의 취업 활동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명백한 차별을 받았다는 사실을 자각할 기회도 없이, ”남녀는 평등해야 한다”고 배워온 우리 세대는 남녀차별에 둔감할 수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다고 결론짓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고를 정지하지 말자

하지만 저는 부조리한 이 상황에 예민하게, 당사자로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세대는 주장을 펼치고 논지를 펼치며 대립하는 것은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어른에게 반항하는 것, 권력에 반기를 드는 것, 사회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분위기를 망치는 일이라고 여기는 풍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사고를 정지하는 것으로 거기엔 자신이 무엇을 하든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체념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이러한 문제를 남의 일로 치부하고 얼버무리고 계속 두는 것이 문제의 해결을 방해하는 일이라는 점을 이번에 깨달았습니다.

사고정지를 하지 말자고, 거듭 생각합니다.

*이 기사는 허프포스트 JP의 ‘東京医大目指し2浪の女性「同級生はインスタに花火。私は勉強。虚しくなります」’를 번역·편집한 것입니다. 

기사 출처 :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b63e641e4b0fd5c73d80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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