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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존심을 지키는 게 더 우선이었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내 마음 어느 구석에 들어 있는 사연이 있다. 우리 주변 평범한 6명의 고민을 통해 내 마음을 이해해 주는 방법을 찾아가는 ‘이해받고 싶은 아주 작은 욕심’. 이 책의 일부가 매주 업데이트된다.

- 남자친구가 돌아가고 난 후에 어떻게 되었나요?

“그날 밤 제가 또 참지 못하고 문자를 보냈어요. 내가 잘못한 게 뭐 가 있냐고, 너는 나한테 왜 화를 내냐고, 그러고도 잠이 오냐고 문자 를 보냈죠.”

- 어떤 마음에서 그런 문자를 보낸 거예요?

“싸우고 나서 아무 연락이 없어서 화가 났어요. 정말 얘는 아무렇지 도 않은가 보다. 내가 화가 나도 아무 상관이 없는 것 같아서 그래서 화가 났던 거죠. 변한 거 같으니까. 어떻게 그렇게 쉽게 변할 수 있는 지….”

- 그럼 소희 씨가 남자친구의 변한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먼저 손 내 밀 수도 있는데, 왜 그렇게 몰아세우듯 문자를 보낸 거예요?

“자존심 상하잖아요.”

-어떤 자존심이죠?

“그냥 내가 더 좋아하는 것 같은, 그런 거요. 그런 건 싫었어요.”

- 남자친구를 좋아한다면서요. 헤어져서 그렇게 꺼이꺼이 울던 사 람이….

“좋아하는 건 맞지만 제 자존심이 더 중요했어요.”

- ‘그 자존심’ 때문에 뒷일은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행동한 것처럼 보이네요.

“….”

- 그렇게 문자 보내고 나면 남자친구 기분은 어떨지, 아니면 둘의 관 계가 어떻게 될지 생각은 안 해 보셨어요?

“… 사실 화가 나면 그런 생각은 잘 못해요.”

- 참, 바보 같네요. 그렇게 저지르고 나서 후회하는 모습이요.

“저도 이런 제가 싫어요.”

소희는 자신의 화를 조절하는 것이 서투르고 미성숙해서 상대방을 극단으로 몰아쳤다. 몰아칠 만큼 화가 난 것은 자존심이 상해서, 남자친구보다 자신이 더 집착하고 연연해한다고 느껴지니 경쟁에서 지는 기분이 들어서 그랬다. 그게 끔찍이도 싫었던 모양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친구와 관계를 유지하는 것보다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다. 지금은 자존심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만 시간이 지나 상대방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그때가 온다면, 아마도 소희의 우선순위도 달라 질 것이다. 그때는 지금과 같이 자존심을 지키려고 하기보다 상대방의 마음을 존중해 주려고 더 노력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지금의 소희는 ‘너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도도한 태도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했고, 그게 바로 자신을 초라하지 않고 멋있게 보이도록 만들어 주는 마지막 카드라고 생각했다. 바로 후회할 것을 그렇게 고집했다.

사실은 스스로 확신이 없었던 것이다. 남자친구가 소희를 왜 좋아 하는지, 자신에게 어떤 매력이 있고, 어떤 장점이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고, 다른 사람에 비해 특별하거나 뛰어난 부분이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부족한 점이 더 많고, 단점이 더 많다고 생각했기에 자신감을 형성할 자리가 없었다. 속으로는 스스로를 부족한 사람이라고 여기지만 최대한 들키지 않도록 더 당당한 척, 자신감 있는 척했다.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은 문제 있는 사람,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낙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척’하며 만들어진 모래 성 같은 자존심은 외부 자극에도 쉽게 무너져 내린다. 그래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약간의 생채기라도 낼 만한 상황은 마주하지 않으려고 그토록 노력했다.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도 ‘내가 차였어’보다는 ‘내 가 찼어’ 쪽이 더 안전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 사실은 듣기 무서웠던 거 아녀요?

“어떤 것을요?”

- 남자친구가 마음이 변했다는 이야기요.

“알고 있었는데요. 뭐.”

- 불안한 마음에 추측한 거지, 직접 듣지는 않았던 거잖아요.

“그렇긴 하죠.”

- 남자친구한테 먼저 듣기 전에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얘기하는 게 ‘그 자존심’을 지키는 방법의 하나지 않았을까 싶네요.

“선생님 말씀처럼 그게 저를 지키는 방법이었을 수 있어요. 솔직히 제가 생각해도, 저를 좋아할 만한 이유가 없거든요…. 그래서 항상 자신이 없었고, 상대방이 나를 싫어한다고 느꼈을 때 본능적으로 제가 먼저 관계를 끊어 냈어요.”

소희는 결국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남자친구를 떠나게 만들어 버린, 그때의 충동적인 행동에 대해서 자책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에 대해 후회해 봤자 남자친구가 돌아올 것도 아니니, 자책과 후회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 심리상담 에세이 ‘이해받고 싶은 아주 작은 욕심(세창출판사)’에 수록된 글입니다.

기사 출처 :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bd17e6fe4b0d38b58800f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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