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내일 할 일을 모레로 미루는 심리는 대체 무엇일까. ‘귀찮다’는 말에 숨겨진 우리의 마음을 살펴보고, 귀차니즘, 무기력을 극복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시하는 책 ‘내일의 내가 하겠지’의 일부가 매주 수요일 오후에 업데이트된다.

Q. 올해로 입사 3년차. 사람들은 이제 한창 일할 때라고 말하지만, 전… 그냥 너무 무기력합니다. 기운도 없고, 하루하루 재미도 없고, 사는 게 다 부질없는 것 같고, 시람한테 기대하는 것도 없고…….

예전에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어요. 나름대로 참 열심히 살았어요.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이루면서 성취감도 많이 느꼈어요. 입사 초기에는 이 일, 저 일 경험해 볼 수 있었는데, 낯선 일도 재밌게 해냈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무언가를 일궈 나가는 느낌도 좋았고, 목표를 달성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게 다 싫어졌습니다. 처음 입사할 때의 설렘, 목돈이 쌓인 통장을 보며 느꼈던 뿌듯함, 취미 생활을 하며 얻은 흥겨움 등 그 모든 것들이 다 의미 없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그런지 일이 너무 귀찮고, 하기 싫습니다.

나이 들어 어른이 되었는데 밥벌이는 해야 하니까 직장에 다닙니다. 좋은 배경을 가진 덕분에 취직은 쉬웠습니다. 하지만 막상 일해 보니 어느새 저보다 학벌이 한참 떨어지는 상사 밑에서 구박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더군요. 따져 보면 부당한 구박은 아니에요. 그래서 더 씁쓸합니다. 공부도 많이 했는데, 모자란 제가 싫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성장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성장하기도 귀찮습니다. 개선의 의지가 생긴다기보다는 타성에 빠집니다. 그냥 어떤 일이든 하기 싫습니다. 지금은 일정 때문에, 동료들 때문에, 떠밀려서 간신히 일하고 있습니다. 일하기가 귀찮으니, 늘 해오던 일은 미룰 궁리, 새로운 일은 피할 궁리만 합니다. 너무 일이 하기 귀찮아서, 퇴사할까 하는 생각까지 들어요.

A. 직장인의 10명 중 7명은 회사에 출근만 하면 무기력하고 우울한 ‘회사 우울증’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취업 관련 사이트 잡코리아가 2017년 11월 남녀 직장인 910명을 대상으로 ‘회사 우울증’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회사 우울증에 시달린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답한 응답자는 68.8%였다.

직장인들이 회사 우울증에 시달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중 ‘나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비전’을 원인으로 꼽은 직장인이 58.1%였고, 그 뒤를 이어 ‘회사에 대한 불확실한 비전’이 42.5%로 가장 많았다. 주요한 두 이유를 통해 추측해 볼 수 있듯 많은 직장인들은 ‘불확실함’ 때문에 힘들다.

‘통제할 수 없다’는 믿음이 무기력을 만든다

1965년에 코넬 대학교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은 실험을 했다. 한 쌍의 개를 각각 흰색이 칠해진 칸막이로 데려가서 고무로 만든 끈으로 묶어 놓았다. 실험을 위해 이들은 무해한 전기 충격을 주기적으로 받았다. 한 공간에는 개가 머리로 옆면을 누르면 충격을 멈출 수 있었지만 다른 한 공간에는 전기를 멈출 방법이 없었다. 전기 충격은 두 마리에게 동시에 가해졌고, 전기를 멈출 수 있는 방에 갇힌 개가 옆면을 누르면 두 마리 모두 전기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전기를 멈출 수 있는 개는 곧 전기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전기를 멈출 수 있는 개는 곧 전기 충격을 멈출 방법을 인지했다. 그러나 전기를 멈출 방법이 없었던 개는 겁을 내면서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이 반응은 우울과 불안의 징후로, 실험이 끝나도 한동안 지속되었다.

이들을 데리고 두 번째 실험이 진행되었다. 실험 공간 바닥에는 전기가 흐르고 있었지만, 개들이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도록 벽은 낮았다. 첫 번째 실험에서 옆면을 눌러 전기 충격을 멈출 수 있었던 개는 벽을 뛰어넘어서 전류를 피하는 요령을 금방 터득했다. 그러나 전기 충격을 멈출 수 없었던 개는 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바닥에 웅크리고 낑낑거리면서 탈출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벽을 뛰어넘는 다른 개를 보면서도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

전기 충격을 멈추지 못하고, 결국 벽도 뛰어넘지 못한 개는 ‘학습된 무기력’을 보여 주고 있다. 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실험 속 개처럼 학습된 무기력한 상태에 있는 사람은 좌절의 순간을 극복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포기한다. 극복하려고 몇 번 노력을 해 봤지만 결국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경험했기 때문에 지레짐작하고 포기해 버린다. 내일에 대한 희망과 낙관성이 없으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학습된 무기력을 지속적으로 겪는다. 무기력감이 지속되면 우울해지고, 이는 또다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결국 좌절을 극복하기 어렵다.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나 삶에서 무기력을 느끼면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바로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삶에서 도전을 해야 할 때 도전하지 않고 포기하거나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다. 강요를 받고 타인의 통제를 받는 사람은 조직 내에서 달성하려고 생각했던 자신의 목표나 포부에 대해서 무감각해지거나 무뎌지게 된다. 타인의 통제를 받는 사람은 스스로 동기를 유발하는 능력을 잃는다.

무기력한 직장인들의 모습은 각기 다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맡은 업무 자체에 애초부터 흥미를 갖지 못하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일이 너무 쉽거나 어렵기 때문에 일에 대한 재미를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상사와 관계가 안 좋을 때나 단조로운 회사 분위기에 우울증을 느끼기도 한다. 이렇게 회사에서 무기력하고 우울한 사람들은 퇴근 후나, 주말에는 생생해지기도 하는데, 주목할 점은 그러한 시간도 회사 우울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람들은 회사 밖에 있는 시간을 통해 자신의 삶 전체가 무기력한 것이 아니라 특정한 장소나 상황에서 귀찮음이나 무기력감을 느낀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 특정한 무언가가 자신의 관심과 흥미의 분야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는 것이다. 결국 직장에서 자신의 일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지고 지루해져서 더욱 일에 몰입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회사에서 통제권과 선택권을 갖게 되면 회사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우리가 회사에서 느끼는 무기력감은 직급이나 회사의 근무 조건과 같은 외부 요인으로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직급이 높아졌다고 할지라도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세상에는 더 많다. 삶에서 겪는 수없이 많은 부정적인 이들을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고 지각하는 사람은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보다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 인간의 무기력과 열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신이 실제로 갖고 있는 권한이 아니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믿음이다. 통제할 수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통제력을 주장하기만 해도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향상할 수 있다.

내일도 오늘과 비슷하고 그다지 큰 발전이 없을 것 같으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지금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내일이 희망적이라고 느끼면 더 힘을 내고 행복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바로 내일에 대한 희망이다. 희망은 노력의 결과가 좋을 것이라고, 자신의 삶이 원하는 대로 잘 풀릴 것이라는 기대이다. 이러한 희망이 있을 때 더 노력하고 인내하고 더욱 몰입할 수 있다. 그 순간 회사 우울증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 무기력한 직장인을 위한 심리 보고서 ‘내일의 내가 하겠지’에 수록된 글입니다.

기사 출처 :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be27edfe4b0769d24c6c0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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