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게 시대에 뒤떨어진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월요일(3일) 저녁 미국 콜로라도주 북부의 작은 마을 세브란스(Severance)에서는 꽤 중요한 토의가 벌어지고 있었다. 

″저는 법을 어기지 않고도 눈덩이를 던질 수 있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레인지뷰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9세 소년 데인 베스트가 말했다. 그는 마을 정부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눈 던지기 금지법’ 폐지 필요성을 역설하는 중이었다.

″그러면 이 조례를 ’60세 넘은 사람에게는 눈덩이를 던져서는 안 된다’로 고치면 안 될까요?” 시 위원회 위원 데니스 케인이 물었다.

또다른 위원 미셸 두다는 안전에 대한 우려를 질문했다. ”눈싸움을 허용하게 되면 있을 지 모를 안전 문제에 대해 동료 학생들과 얘기를 나눠본 적 있습니까?” 

 

지난 한 달 동안 이날을 준비해왔던 데인은 침착하게 답했다. 그는 눈 속에 돌멩이를 넣거나 눈덩이를 창문에 던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세브란스의 어린이들은 나머지 전 세계와 똑같이 눈싸움을 할 기회를 갖고 싶어 합니다. 이 법은 오래전에 만들어졌어요. 오늘날 어린이들에게는 밖에서 놀 이유가 있습니다.”

미리 준비한 발표 자료에는 다소 전문적인 내용도 담겼다.

″연구 결과는 외부 활동이 부족할 경우 비만,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 불안, 우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데인은 같은 반 학생들이 작성한 조례 폐지 탄원서도 위원회에 제출했다.

그의 어필은 성공적이었다. 위원들은 만장일치로 해당 조례를 폐지하기로 했다.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고, 시장은 데인에게 기념패와 함께 ‘눈덩이 제조기’를 구입할 수 있는 기프트카드를 선물했다.

이날 바깥에 눈이 쌓여있지는 않았지만 시청 직원들은 미리 냉장고에 보관해 뒀던 눈덩이를 데인에게 건넸다. 마침내 ‘합법적’으로 눈을 던지게 된 순간이다. 

이 사연은 지역 언론은 물론, 뉴욕타임스(NYT), 토크쇼 ‘굿모닝 아메리카’ 등 미국 주요 언론에 소개됐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마을에 눈싸움을 금지하는 조례가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NYT는 전했다. 1920년대에 처음 제정된 조례에 ‘공격적 물체들’을 사람이나 주택 등에 던지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되기는 했다. 

″누구든 돌이나 그밖의 미사일을 사람, 동물, 건물, 나무, 그밖의 다른 공공 및 개인 재산에 던지거나 쏘는 행위는 불법이다.”

그러나 눈덩이가 ‘공격적 물체’에 해당하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세브란스 지방정부 관계자는 눈덩이가 ”미사일”에 포함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도널드 맥레오드 시장은 해당 금지조치에 대한 단속이 이뤄진 적도 없으며 이를 위반했을 때 어떤 처벌조항이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우리 애들은 9년 동안 이 조례를 위반해왔다.” 

데인이 이 ‘눈싸움 금지법’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지난 10월이었다. 레인지뷰 초등학생 3학년 학생들이 시청 견학에 나섰을 때다.

데인은 당시 ”시장님이 이상한 법에 대해 말해줬다”고 회상했다. 

데인의 어머니인 브룩 베스트는 아들이 자신에게 이 법을 바꿔 달라고 얘기했을 때 이렇게 답했다고 ABC뉴스에 말했다.

″저는 ‘내가 법을 바꾸기 위해 싸우지는 않을 거야. 만약 네가 이걸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절차를 밟아서 한 번 해보는 게 어떻겠니’라고 말해줬어요.” 

 

데인은 왜 이 조례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냐는 NYT의 질문에 ”겨울에 눈싸움 하는 건 재밌으니까요”라고 답했다.

성공적인 법적 투쟁(?)의 소감을 묻자 데인은 이렇게 답했다.

″여러분이 법을 바꿀 수 있습니다. 몇 살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여러분의 마을에서 여러분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한편 이날 질의응답 과정에서 한 위원이 ‘눈덩이를 던져서 누구에게 맞히고 싶냐’고 묻자 데인은 4살 어린 자신의 동생을 가리켰다.

조례 폐지가 통과된 직후, 시 정부 관계자는 ”그와 동생이 세브란스에서 처음으로 합법적으로 눈덩이를 던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c0877ebe4b069028dc65a3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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