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본 사람에게 이 드라마의 줄거리를 설명하는 건 무척 힘들고 무의미한 일일 테니까 패스하자. 아이들을 서울대 의대에 보내기 위해 인생을 건 4명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인데, 첫 화부터 사람 하나가 총기 자살로 죽어 나가는 드라마를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 것인가? 본 사람들끼리 본론부터 얘기하자. 우리는 예서 엄마 한서진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지금까지 밝혀진 ‘예서 엄마’ 한서진(염정아 분)의 인생을 복기해보자. 시장에서 소 돼지의 내장과 선지를 파는 술주정뱅이 아빠의 딸 ‘곽미향‘으로 태어났다. 고등학교 때 ‘내장 선지 파는 집 딸’이라는 것이 알려졌고, 수치를 느꼈다. 그때 소문을 냈다고 의심되는 사람은 딱 한 명인데, 그게 바로 이수임(이태란 분)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동네에서 사라졌다가 한서진의 이름으로 학력고사 전국 1등이 평생 자랑인 서울대 의대 출신의 의사 강준상(정준호 분)과 결혼했다. 지금 그는 예전의 곽미향이 아니다. 주남대학교 정형외과 교수 강준상의 아내고, 신화고등학교에 수석 입학한 강예서의 엄마로 주남대학 재단이 마련해준 ‘스카이캐슬’에 살고 있다.

아직 드라마에 등장하지 않은 이유로 남편과 시어머니는 한서진 씨의 본명이 곽미향이고 내장 선지를 팔던 집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한씨의 삶의 무대인 스카이캐슬의 다른 입주자들은 모른다. 4가구뿐인 스카이캐슬의 다른 아내들은 한씨가 호주 시드니 아무개 은행의 은행장 딸이고, 시드니에서 치과의사인 오빠의 동생으로 알고 있다.  

내장 선지 집 딸인 자신의 과거와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사실이 한씨의 발목을 잡는다. 자신을 개처럼 무시하는 시어머니에게 떳떳해질 마지막 기회는 딸 예서를 서울대 의대에 보내 3대째 의사 가문이라는 영광을 지켜내는 것이다. 한씨와 스카이캐슬 주민들이 열중하는 단 하나의 목표는 아이들은 서울대 의대에 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릎을 꿇고 시어머니께 거금을 꿔서 식단은 물론 수면 상태와 바이오리듬까지 체크해주고 내신과 수능 각각에 맞는 전담 교사를 섭외해 붙여주는 3년제 입시 코디네이터를 찾아낸다.

그때 이수임이 인생에 다시 등장한다. 고등학교 때 자신이 선지집 딸이라고 소문을 퍼뜨렸던 동기가 ‘연예인 뺨치는 훈남 외모’의 신경외과 교수 남편, 학원 한번 안가고 신화고에 수석으로 입학했다는 잘난 아들과 함께 등장한다. 화초로 집을 아름답게 꾸미고, 동화작가로 등단까지 한 이수임의 등장은 캐슬을 뒤흔든다.

보육원을 운영하는 부모님 아래서 자란 이수임은 도덕주의의 화신이다. 경쟁 일변도의 입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을 가여이 스카이캐슬 입주민만을 위한 독서토론회 ‘옴파로스’에 부모손에 끌려 오는 아이들을 해방시킨다. 

어른에게 ‘재수없다’는 말을 내뱉는 한서진의 딸 예서에세 ”형편없다”고 말하고 이기적이라 비판한다. 4가구뿐인 이 작은 성에서 한서진의 과거를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 그 사람이 말한다.

″한서진이라고? 에휴~. 여전하군 여전해.” (혼잣말)

″네가 곽미향이든 한서진이든 난 상관 없거든. 막말로 네가 내장 선지 잡뼈나 파는 주정뱅이 딸이든, 대학병원 사모님이든 난 아무 상관 없거든. 내가 왜 네 인생을 갖고 가타부타해?” (한서진에게)

이 짧은 말이 이 드라마의 그 어떤 대사보다 재수없게 느껴지는 건 나 하나뿐인가? 한서진의 기억 속에서 이수임은 예전에도 그런 아이였다. 고등학교 때 내장 선지집 딸이라는 게 밝혀져 수치스러워 하는 과거의 한씨에게 고등학생 이수임은 말했다.

″알면 좀 어때? 너희 집이 내장 선지 파는 게 뭐 어때서? 그게 부끄럽니? 네 아버지가 창피해? 너 진짜 웃긴다.”

시장에서 내장과 선지를 파는 아버지가 매일 술을 마시고 주정을 피운다. 고등학생이 이게 창피하게 여긴다는 게 이상한 건가, 아니면 이게 창피하다는 걸 이해 못 하는 게 더 이상한 건가? 이수임은 극 중에서 보육원에서 보육생들과 함께 자란 보육원 원장의 딸로 나온다. 고아인 아이들도 있는데, 부모가 있기라도 한 게 어디냐는 의미일까?

이수임의 캐릭터는 이 극에서 한서진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든다. 얄팍한 도덕주의에 발을 디디고 남에게 삿대질하는 이수임에게서 소위 ‘강남 엄마’들의 지나친 교육열을 비판하던 나 자신을 본다. 학원 한번 안 가고도 자사고에 수석으로 입학한 아들을 둔 여유로운 엄마와 딸이 서울대에 가는 걸 위해서라면 사교육 코디에게 무릎도 꿇는 엄마 사이에서 후자를 응원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게 이 드라마의 마술이다. 4회까지 보고 한서진 응원하게 된 사람들 손 좀 들어 봅시다!

기사 출처 :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c047dd1e4b0a173c0243c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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