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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캐슬에는 없는 '진부한 한국 드라마의 3대 죄악'

JTBC의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흥행은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낸 시너지다. 사교육 열풍을 적절한 간으로 희화화한 1화의 몰입도, ‘엽총 자살’을 향해 치달리며 블랙코미디에 스릴러의 색을 입힌 2화의 속도감을 보면 대략 짐작할 순 있다. 그러나 그 성공 요인을 다 짚어보더라도 비슷한 요인을 포섭한 다른 드라마도 많은데 유독 왜 이 드라마만 이렇게 엄청난 현상을 만들어냈는지를 충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다만 스카이캐슬에 없는 것을 골라낼 수는 있다. 한국의 다른 드라마에서는 자주 등장하지만, 스카이캐슬에는 없는 3가지가 있다. 

1. 연애가 없다

언제 누가 올린 사진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이것은 진리다. 정말 한국 드라마는 형사가 나오면 형사가 연애하고, 의사가 나오면 의사가 연애한다. 연애 자체가 문제인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로맨스가 장르의 재미를 잡아먹는다는 것 정도는 다들 인정하지 않나?

하필이면 비슷한 시기에 방영되어 자주 비교당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보며 수많은 시청자들이 외쳤다. ”연애 그만하고 게임해! 로그인 해서 게임 하라고!”.

한국에서도 2010년도 이후에 나온 훌륭한 장르 드라마들을 보면 하나같이 로맨스의 색이 옅다. tvN의 드라마 ‘시그널‘은 형사들의 로맨스를 그리지 않고, 동사의 드라마 ‘비밀의 숲’도 검사들의 사랑 놀음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아예 ‘멜로‘거나 ‘로맨스 코미디’ 장르가 아니라면 지나친 로맨스는 사치다. 스카이캐슬에서 ”너한테 난 뭐냐”며 마음을 고백하는 우주에게 혜나는 이렇게 말한다. ”미안한데, 난 너처럼 한가하지가 않거든?” 작가님들 정말 명심하셔야 한다. 시청자는 범죄물이나 메디컬 드라마에서 연애를 보고 앉아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 

2. 지키지 못하는 약속이 없다

모든 픽션의 초반부에는 수많은 약속이 나온다. 시청자 역시 이 문법에 익숙해서 1, 2화를 볼 때는 조금 너그러운 마음으로 작가의 계약 조건을 일단 들여다본다.

특정 장르물은 진짜 계약서처럼 약속이 확연히 드러난다. 아주 알기 쉽게 최근에 화제가 된 좀비물 ‘킹덤’을 예로 들어보자. 작가는 초반부에 작중 인물의 입과 눈을 빌려 ”이 드라마에 나오는 좀비는 뛸 수 있고, 물과 불을 무서워하며, 낮에는 움직이지 않는다. 시대는 조선이지만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차용하지는 않았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시청자에게 들이민다. “동의한다면 계속 시청해주세요.”

장르물 처럼 확연하지는 않지만, 스카이캐슬 역시 캐릭터의 방향성과 세계관에 대한 약속으로 시작한다. 

1화가 성대한 파티로 시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서진이 차린 파티 자리, 거대한 볼룸 한가운데 성대한 식탁을 차려두고 드레스를 입고 슈트를 빼입은 캐슬의 입주민들이 현악 4중주가 연주하는 음악을 배경으로 나누는 모든 대화는 서울의대와 병원장 자리로 수렴된다. 작가는 ”우리가 앞으로 그리는 ‘스카이캐슬’이라는 타운하우스의 세계에는 시청자가 상상하기 힘든 부를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들의 욕망은 오로지 아이를 최상층 대학에 보내고 자신이 혹은 남편이 병원장 자리에 앉는 것이며 그 욕망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라는 제1 규약을 내놓은 것이다.

이런 규약이 있어야 집안에서 엽총을 쏘고 15억원 짜리 코디네이터를 쓰는 전개가 가능하다. 이제 그 세계가 실제 세계와 얼마나 닮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세상에 좀비가 없다는 걸 알면서 좀비 영화를 보듯 서로 약속을 했고 작가가 그걸 지키면 그만이다. 스카이캐슬을 두고 ‘의사는 그만큼 부자가 아니네. 진짜 부자는 따로 있네’하며 싸움을 벌일 필요가 없는 이유다. 

이 약속의 근간이 되는 욕망, 한서진으로 대표되는 욕망이 무너지는 이유를 만들기 위해 작가는 20화 내내 싸운다. 한서진(염정아 분)이 진실을 털어놓기까지 작가는 부단히도 한서진의 캐릭터를 설득시켰다.

이수임(이태란 분)이 한서진 앞에서 두 번을 울었고, 한번은 무릎을 꿇었으며, 김주영에게 세 번의 모욕을 당했다. 헤나의 죽음으로 각성한 강준상이 자신의 욕망의 근원이라고 생각했던 시모를 앞에 두고 서울의대를 향한 욕망을 버리라고 강요했고 결정적으로 딸인 예서가 새벽 3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불면증에 빠져 헛소리를 해대기 시작했다. 이 정도의 설득 없이 한서진의 캐릭터가 변했다면 시청자는 아마 작가가 ‘약속을 깼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작가가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서툴게 바꾸면 신뢰가 깨진다. 신뢰를 깨뜨리는 드라마를 보면 시청자는 약속 자리에서 바람맞은 사람처럼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반대로 이 으스스한 스카이캐슬에서 시청자는 무시당하지 않았다는 안위감을 느낀다.

3. 별것 아닌 떡밥을 괜히 뿌리지 않는다

한국 드라마의 시청 행태를 보면 ‘떡밥’은 무척 중요하다. 시청률을 계속 올리려면 시청자가 다음 화를 볼 수밖에 없도록 뭔가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나 궁금증을 유발하는 장치를 뿌려둬야 한다.

다만 이 뿌려둔 떡밥이 까보니 별것 아니면 시청자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아 이 작가가 우리를 죽은 멸치 대가리만 보고도 덥썩 무는 고등어 쯤으로 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서럽다.

반면 미끼를 물고 걸렸더라도 그 미끼가 꽁치면 잡힌 참치는 기분이 덜 나쁘다. 그래도 이 작가가 나를 낚기 위해 꽁치쯤은 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6화에 나온 케이의 뒷모습. 4화에 나온 케이의 집 거실. 

스카이캐슬의 작가는 그런 면에서 참 훌륭한 솜씨에 훌륭한 미끼로 우리를 낚았다. ‘케이‘에 낚였던 장면을 되살펴보자. 6화에 ‘케이’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예서 엄마 한서진이(염정아 분) 예서의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 분)과 한 레스토랑에서 만나는 자리. 뒤편에 이들을 빤히 바라보던 한 여성이 다가와 “하도 오랜만이라 긴가민가했는데… 제니퍼, 맞죠?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에 살던.. 나 로라예요. 로라 정”이라며 말을 건넨다. 이후에 케이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케이는요? 케이는 잘 있어요?”

이때 그 전에 4화를 보며 ‘무슨 장면이지?’라고 생각했는데 아무 설명 없이 지나갔던 화면이 떠오른다. 4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CCTV 영상이 ‘떡밥’으로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한서진이 김주영에게 자기 딸 예서를 다시 맡아달라고 빌러 간 날 김주영은 컴퓨터 화면을 통해  CCTV 영상을 확인한다.

6화를 보고 4화를 다시 확인해보면 이 장면에 나오는 화면은 김주영이 케이의 거주지에 달아 놓은 폐쇄회로 영상이다. 이 정도로 정교한 기술이라면 낚이지 않을 재간이 없다.

게다가 케이는 얼마나 훌륭한 미끼인가. 김주영의 욕망을 대리 실현할 천재였으나 자동차 사고로 인해 지적 성장이 멈춰버린 아이. 영재의 엄마를 자살로 몰고 가고, 한서진과 예서의 삶을 파멸 직전까지 몰고 간 김주영의 파괴적 심성의 근원을 만든 캐릭터다.

케이의 존재를 공들여 드러낸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렇게 훌륭한 낚시꾼이 훌륭한 미끼로 낚아 준다면 한국의 참치들은 충분히 낚일 의향이 있다. 그러니 23%가 넘는 사람들이 기꺼이 낚인 것이 아닌가.

스카이캐슬을 사회적 현상으로 파악하려는 수많은 시도가 있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고액 코디네이터가 현실에 존재한다든지, 이 드라마 때문에 고액 과외를 받으려는 사람이 많다든지 하는 류의 기사가 쏟아진다. 이 드라마로 특정 계층에서 느낄 상대적 박탈감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고, 반대로 드라마에 등장하는 계층의 아이들에게는 사회적 의혹의 굴레를 씌웠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다 의미가 있고 이런 논의 또한 스카이캐슬이 만들어낸 흥미로운 현상으로 보인다. 그러나 스카이캐슬이 만들어낸 진짜 유산을 잊어서는 안 된다. 스카이캐슬은 최고의 재미를 남겼다. 금요일 방송이 끝나자마자 앞으로 23시간 어떻게 기다릴지를 고민하게 만든 그 재미의 힘도 분석해봐야 한다. 

기사 출처 :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c53a27ee4b043e25b1ac74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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