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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크스 때문에 3일 3시 33분에 결혼한 야구선수가 있다

2011년 미국 텍사스의 한 고등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야구부 선수 두 명이 경기를 앞두고 어린 닭을 운동장에서 죽였다. 그들은 이유에 대해 함구했다.

하지만 추측은 가능했다. 바비 매킨타이어 야구부 코치는 “야구는 미신을 가장 많이 믿는 스포츠이다. 아마도 어린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등을 따라 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야구 영화 <메이저리그>에는 한 선수가 방망이를 잘 치기 위해 살아있는 닭을 제물로 바치는 장면이 나온다.

미국 야구 선수들도 ‘징크스’에 민감하다. 그나마 월요일 휴식일을 갖는 한국 야구와 달리 메이저리그는 매일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더욱 ‘일상’에 신경을 쓴다.

잘 나갈 때 수염 등을 깎지 않는 것은 유명한 징크스다. 제이슨 지암비는 양키스 소속이던 2008년 초 콧수염을 기르면서 안타가 계속 터지자 몇 달 동안 수염을 길렀다. 성적이 떨어지자 그는 곧바로 덥수룩해진 콧수염을 밀었다. 풍성한 턱수염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브라이스 하퍼 또한 성적이 좋았을 때 계속 턱수염을 유지하다가 2018년 초반 부진하자 깔끔하게 턱수염을 포기하기도 했다.

통산 3010안타를 쳐내면서 야구 명예의 전당에 오른 웨이드 보그스는 일관된 행위로 유명했다. 자신만의 루틴을 철저히 지켰는데 이 또한 징크스라 할 수 있다. 그는 매일 경기 전 치킨을 먹었고, 같은 시간에 일어났으며 수비 연습 때 늘 같은 숫자의 공을 받았으며 반드시 5시17분에 타격 연습을 했다. 또한 7시17분이 되면 그라운드에서 뛰면서 몸을 풀었다.

이색 징크스도 있다. 새미 소사와 홈런 경쟁으로 유명했던 마크 맥과이어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메이저리그 은퇴 때까지 20여 년 간 매일 똑같은 낭심 보호대를 사용했다. 보통 선수들은 낭심 보호대를 1년 정도 쓰고 교체하는데 맥과이어의 인내심은 참 대단하다고 하겠다. 제이슨 지암비는 더 나아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 금색 T팬티를 입었다. 한때 양키스 동료들도 부진 탈출을 위해 지암비를 따라 하기도 했다. T팬티를 입고 그라운드에서 잘 뛰었을까 의심은 간다.

삼진에 대한 강렬한 열망인지 저스틴 벌랜더는 숫자 ‘3’에 집착해서 화장실에서도 3번째 칸만 쓴다. 래리 워커 또한 ‘3’에 대한 집착이 심했는데 그는 원래 시간보다 33분 빨리 시간을 맞췄고, 33번 유니폼을 입었으며 11월3일 3시33분에 결혼했다. 또한 몬트리올 소속일 때는 장애 어린이들을 위해 333번 섹션의 33장의 티켓을 샀다. 그가 아내와 이혼할 때 위자료의 액수는? 300만달러였다.

사례는 더 있다. 유틸리티 맨인 브록 홀트는 경기 시구 전마다 해바라기씨 7~8개를 더그아웃 난간에 가지런히 놓았다가 다시 줍고는 했다. 3시즌 동안 단 41경기만 뛴 케빈 롬베르그는 누군가 자신을 건들면 반드시 그의 등을 다시 터치했다. 주루 도중 수비수에게 태그 아웃당하면 해당 이닝을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수비수를 쫓아가 등을 건드리고 돌아왔다는 얘기다. 참 피곤한 징크스가 아닐 수 없다.

리치 애쉬번은 자신의 방망이가 다른 동료들의 것과 섞일까 봐 매일 밤마다 집으로 가져와 함께 침대에서 잤다. 모이세스 알루는 타석 때 배팅 장갑을 안 낀 것으로 유명한데, 그가 손바닥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쓴 방법은 매일 손에 오줌을 싸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부 논문에 따르면 소변에 들어있는 요소는 피부를 부드럽고 촉촉하게 해준다고 한다. 어찌 됐든 알루는 오줌 묻은 손으로 방망이를 휘둘러 17 시즌 동안 194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3, 2134안타, 332홈런을 때려냈다. 한 번 시도해 보고 싶다고? 그렇다면 절대 경기 전후에 지인들에게 악수를 청하지는 말기를.

메이저리그 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베이브 루스 또한 징크스는 있었다. 그는 외야 수비를 나갔다가 더그아웃으로 돌아올 때는 2루 베이스를 꼭 밟았다. 이를 깜빡 잊고 돌아오면 이닝 교대 시간에 다시 2루로 나가서 베이스를 차고 돌아올 정도였다. 그는 타격 슬럼프를 막아준다는 이유로 더그아웃에서 여성 실크 스타킹을 신고 있기도 했다.

물론 징크스가 매 번 ‘운’을 모아주는 것은 아니다. 90년대 후반 마이너리그 최고 유망주였던 론 라이트는 손목밴드를 차는 왼 손목을 면도한 뒤부터 성적이 좋아지자 “앞으로 계속 왼 손목을 밀겠다”라고 선언했다.

5년 후인 2002년, 라이트는 가까스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결과는 영 신통치 않았다. 왼 손목을 밀고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첫 타석 삼진을 당했고, 두 번째 타석에서는 흔치 않은 트리플 플레이를 경험했다. 세 번째 타석에서도 병살타로 물러났다. 그는 다음날 트리플 A로 밀려났고 이후 단 한 번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3타석 6아웃이 그의 통산 메이저리그 기록이 됐다. 왼 손목을 면도하지 않았다면 그의 성적은 어땠을까. 징크스는 징크스일 뿐이다.

* 필자의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

기사 출처 :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jinx_kr_5c5d38e7e4b0a502ca3441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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