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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가 부탁한 MBA 추천서 쓰다가 당황한 이유

작년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되는 12월 초에 회사 후배 두 명이 MBA에 지원하기 위한 추천서를 내게 부탁했다. 연말 휴가 동안 편지 하나 쓰면 되겠다고  생각하며 수락했는데, 내가 로스쿨을 준비했을 10년 전과는 사뭇 다를 과정으로 변해 있었고, 적잖이 당황하고 말았다.

편지 양식의 추천서 하나를 써서 여러 학교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학교마다 개설된 온라인 포털에 들어가서 지원자에 대해 각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질문에 답을 하는 형식이었다. 어쩌다가 크리스마스와 새해 당일에도 커피숍에서 추천서 작업을 하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똑같거나 비슷한  질문을 하는 학교도 많았지만, 몇몇 학교는 추천글 이외에도 오지선다형 답을 골라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지원자의 리더십 자질 검증을 위해 핵심이 되는 능력과 성격(예를 들면, 영향력, 인간관계, 지적 능력, 인성, 겸손함 등)에 대해 구체적인 예시를 보여주고, 다양한 업무 상황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지원자가 보이는 행동과 태도를 1번 부터 5번 중에서 골라야 했다.

적극성, 이큐, 소통 능력, 갈등을 대처하는 방식 - 세분화된 능력 레벨을 고르게 하는 것이었다.  한 가지 예로, 인지 능력 관련 레벨을 보면, 1) 맡은 일을 열심히 한다; 2) 업무로 인해 나타나는 즉각적인 이슈 혹은 결과가 가지는 의미를 이해한다; 3) 책임 범위 내에서 단기적으로 성과를 향상시킬 방안을 제시한다; 4) 책임 범위 내에서 팀과 조직의 전략의 틀을 잡아주고 장기적인 성과에 영향을 미칠 방안을 제시하고 그 방안을 발전시킨다; 5) 책임 범위를 넘어서서 사업과 조직의 장기적인 전략에 대한 통찰력을 보이고 일을 증진시킬 방안을 제시한다 - 이렇게 다섯 단계로 나눠진 행동 방식을 골라야 했다.

이종류의 질문은 총 12개였다. 처음에는 ‘대충 고르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답을 정하기까지 지원자와 일한 경험을 돌이켜보게 되었고 구체적으로 어떤 태도와 능력을 갖고 있는지 분석하게 되었다. 질문 양식을 개발한 사람들은 참 대단하다.  

이 작업을 하면서 든 생각: 

1. 개인의 입장: 1번 부터 5번 까지의 행동 스타일에서 4,5 번을 하기란 참 어렵다는 것. 기본적으로 개인이 일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준이 높아야 하고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자신의 일과 속한 조직에 대한 애정과 존중이 바탕이 되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아니라면 승진을 향한 강한 승부욕이 있든지. 

2. 조직의 입장: 4,5 번에 걸맞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인재를 격려하고 독창력과 주도적인 태도를 장려하고 받아들이는 조직 문화가 반드시 잡혀 있어야 한다는 것.  그렇지 못한 환경이면, 모두 3번 (딱 중간 레벨) 으로 모여들기 쉽다.  실제로 이런 질문들에 대해 지인과 이야기해봤는데, 그는 이렇게 말했다.  “If is no incentive or reward to go as far as the 4 or 5 levels, everyone regresses toward the mean.” (4번이나 5번으로 갈 인센티브가 없으면 모든 사람이 딱 평균값을 하게 된다). 

3. 내 입장: 분명히 늘 4, 5를 추구하고 그 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나는 4,5 를 했던 적도 있지만, 어떤 조직에서는 3도 하기 싫어서 괴로워하던 때도 있었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왜 나의 태도가 이렇게 상황에 따라 달라진 것일까. 나의 탓도 조직의 탓도 있었을텐데, 두고 두고 생각해봐야할 문제이다. 

시간이 오래 걸려 살짝 귀찮아지려했던 후배들의 추천서 작업을 하면서, 오히려 내가 더 많이 배우고 반성할 기회를 가졌다. 오지선다형 질문을 다 공개해도 되는지 몰라서 일단 여기까지.  분야를 떠나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한번 쯤 질문 리스트를 보고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나 역시 나를 재점검해야겠다. 

기사 출처 :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c61296ae4b0910c63f25b5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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