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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 회원이 추천한 맛집? 알바가 숨어 있다

TV 맛집 정보 프로그램의 거짓을 폭로한 다큐멘터리 '트루맛쇼' 화면 캡처

한때 점심시간이면 전화기에 불이 났다. “여의도에서 갈 만한 식당 좀 알려주세요.” “손님이 찾아오기로 했는데 그럴싸하면서 그리 비싸지 않은 식당 추천 좀 부탁해.” 저녁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오늘 데이트하는 이와 근사한 데 가고 싶은데 추천 부탁해요”라든가, “비즈니스 관계인데 비용은 내가 내는 상황, 이럴 때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되고 내 지갑도 거덜 안 나는 식당 있을까?” 등의 전화가 오기 일쑤였다. 연말엔 그 횟수가 늘어난다. “동창회를 하는데, 17명 정도 모여. 1인당 2만~3만원 정도가 예산이야. 갈 만한 식당 추천 부탁해. 예약까지 해주면 좋고!” 심지어 “지금 충남 ○○인데 여기 맛집은 어디야?”라거나 “다음주 제주도에 놀러 갈 건데 식당 추천 좀 해봐”라는 이도 있었다. ‘A4용지’ 여러 장 분량의 제주 맛집을 가격별, 위치별, 메뉴별로 정리해서 줬다. 즐거운 마음으로 흔쾌히 정보를 공유했다.

피라미드처럼 움직이는 블로거 맛집

2000년부터 식당을 돌아다녔다. 2005년엔 식당 소개 책도 냈다. 이후에도 여러 권 출간했다. 아마 이 점 때문에 음식 프로그램 <수요미식회>(tvN)에서도 자문위원으로 ‘모신 것’(?)이겠지만, 수년간 내가 느낀 맛집 추천 경향은 시대에 따라 예민하게 바뀌고 있었다.

식당 추천을 부탁하는 전화만큼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갔던 식당 중 가장 맛있는 집은 어디야?” 질문하는 이의 기대는 곧 실망으로 이어진다. “글쎄요, 그냥 최근에 간 집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누구나 감동하는 ‘가장 맛있는 집’은 세상에 없다. 맛은 수학 공식이 아니다. 개인의 미식 수준과 경험 차이가 매번 추천한 식당의 다른 평가를 도출한다. 누군가에게 최고인 식당이 어떤 이에게 최악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식당 추천이야말로 잘해야 본전이다.

한동안 이런 ‘지인 찬스’를 애용하던 이들이 2010년대에는 유형이 변했다. 발 빠르게 식당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한 빅데이터 식당 검색 서비스 ‘식신’(2010년), ‘망고플레이트’(2013년), ‘포잉’(2013년), ‘다이닝코드’(2014년) 등을 이용하는 것이다. ‘집단지성’에 기댄 맛집 선택이다.

이들 플랫폼이 자리잡기 전인 2000년대엔 유명 맛집 블로거가 득세했다. 하지만 이들의 상업성이 미디어로 점차 알려지면서 영향력이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한동안 <수요미식회>, <생활의 달인>(SBS), <맛있는 녀석들>(코미디TV) 등 수많은 음식 프로그램에 나온 집이 인기였다. 최근에는 ‘이영자 맛집’ ‘백종원 맛집’ 등 인기 연예인의 단골집이 대세다. 이들에 대한 충성도는 밀레니엄 세대가 높다. 지난해 3월29일부터 닷새간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전국 만 19~24살 성인 남녀 900명을 조사한 ‘식문화 보고서’를 보면 ‘믿을 만한 맛집 정보 소개 유명인’ 1위는 백종원(33.1%), 2위 이영자(19.6%)였다. 그 뒤를 김준현(12.3%), 신동엽(7.1%) 등이 바짝 쫓고 있었다.

‘개업한 ○○에 가자’라고 지침을 내리면

최근엔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소비자는 정보 신뢰성에 더욱 예리한 잣대를 들이댄다. 2010년대 초 공정거래위원회는 업체로부터 챙긴 다양한 금전적 제공을 자신의 블로그에 공지하지 않은 블로거들을 적발했다. 창업 업계에선 기업형 맛집 블로거의 영업에 관해서도 얘기가 무성하다. 인지도 최상급 파워블로거가 시이오(CEO) 격이다. 그의 지시를 따르는 여러 명의 블로거가 마치 피라미드처럼 연결돼 있다. 얼핏 보면 삼각형 모양과 흡사하다. 파워블로거가 ‘이번엔 개업한 ○○에 가자’라고 지침을 내리면 다들 가서 맛보고 식당 소개글을 올리는 식이다. 식당은 당연히 비용을 지급한다. 갑자기 어떤 식당의 인터넷 노출이 많아지면 한 번쯤 의심해볼 만하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마케팅의 하나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 번 속았던 소비자는 ‘순수함을 가장한 영업활동’으로 보아 불신한다. 이러니 소비자는 ‘신뢰할 수 있는 누구’를 찾는다. 그 ‘누구’가 백종원이고 이영자다.

영리 목적이 아닌 맛집 목록에도 열광한다. 한때 ‘토지공사 맛집’ ‘대한지적공사 맛집’ 등이 카카오톡을 타고 번개처럼 퍼졌다. 업무 때문에 전국을 수십 년간 다닌 직원들이 모은 맛집 목록이다. 대한지적공사(현 한국국토정보공사)는 186개 지사 직원 4천여 명이 토지 측량을 위해 전국을 다니다가 발견한 맛집 400곳을 모아 <땅 이야기 맛 이야기>(2014년)도 출간했다. 2016년엔 내용을 업그레이드한 간행물도 냈다. 비빔밥, 찌개류 등 평범하지만 저렴하고 맛있는 메뉴를 파는 식당이 많아 한동안 회자됐다. 그런가 하면 올해 초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 2만여 명이 꼽은 여행 명소를 담은 책자를 냈는데, 실제 인기를 끈 내용은 ‘집배원 맛집’이었다. 수익과 연결되지 않는 식당 추천에 감동하는 것이다. 자신이 가입한 카페나 동호회 회원이 추천한 맛집도 신뢰한다.

“1년 정도 꾸준히 하면 맛집 등극”

하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했던가! 맛집 마케팅이 더 교묘해졌다. “저희가 제공하는 사진만 보고 후기 올리기도 해요. 안 가봤지만 간 것처럼 쓰죠.” 한 맛집 리뷰 마케팅 업체와 지난주 통화했다. 주로 카페나 모임방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그 업체의 대표는 “글 게시하는 이와 댓글 다는 이로 나뉘는데, 카페 회원들과 진행”한다고 말했다. 한 달에 10회 정도 리뷰나 댓글이 나가는데 비용은 60만원 정도라고 했다. 아르바이트를 몰래 하는 회원들의 식당 리뷰를 다른 회원들이 믿고 가는 것이다. “1년 꾸준히 하면 그 지역 맛집으로 등극합니다.” 대표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자신이 신뢰하는 모임이라도 이젠 눈을 크게 뜨고 리뷰를 살필 필요가 있다.

* 한겨레21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기사 출처 :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cc1593ae4b01b6b3efc9de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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