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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로 영국 정부가 무너지기 직전이다. 메이 총리의 옵션은 제한적이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운데)의 오른쪽에는 안드레아 레드섬 하원 원내총무가, 왼쪽에는 데이비드 고커 법무장관이 앉아있다. 두 사람은 EU 관세동맹 잔류에 대해 정반대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 

테레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가 붕괴 직전의 상황에 내몰렸다. 유럽연합(EU)을 어떻게 탈퇴할 것인지를 두고 각료들의 의견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는 탓이다. 

한 쪽에서는 총리가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 쪽에서는 소프트 브렉시트는 EU에 잔류하는 것과 다름 없다며 차라리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가 낫다고 주장한다. 

메이 총리가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각료들이 줄줄이 사퇴하는 사태를 막기는 힘들어보인다. 브렉시트 협상 과정에서 메이 총리가 국가 전체의 이익 보다는 보수당의 분열을 막는 데 집중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점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31일 데이비드 고크 법무장관은 소프트 브렉시트 옵션이 하원의원 다수의 지지를 받으면 메이 총리도 이를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연구그룹(ERG)‘으로 대표되는 브렉시트 강경파에 맞서기 위해 5명의 장관들과 함께 ‘원네이션 그룹’을 결성했다고 이날 밝혔다.

그동안 메이 총리는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에도 EU 관세동맹에 남아야 한다는 친(親)EU 의원들의 주장을 일축해왔다. 이건 그의 ‘레드라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소프트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고크 장관의 생각은 다르다. 

″의회가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것을 압도적으로 반대하고 더 소프트한 브렉시트를 지지할 경우, (정부가) 이같은 의회의 입장을 무시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가 BBC1 ‘앤드류 마 쇼’에서 말했다.

반대쪽에 있는 브렉시트 강경파 각료들은 메이 총리가 EU 관세동맹 잔류를 수용하거나 브렉시트를 더 뒤로 미루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이들은 2017년 총선 당시 보수당이 온전한 브렉시트, 즉 관세동맹 탈퇴를 공약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테레사 메이 총리는 지난 금요일 자신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세 번째로 하원에서 부결됐음에도 '네 번째' 승인투표를 추진할 계획이다.

 

그렇다고 메이 총리가 노딜 브렉시트를 선택하기도 쉽지 않아보인다. 이 경우에는 노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각료들의 줄사퇴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메이 총리는 잇따른 각료들의 줄사퇴로 이미 상당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합의안 없이 EU를 탈퇴하는 건 정부의 책임있는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게 내 입장이며, 따라서 정부가 그 정책을 추진한다면 나는 정부 구성원으로 남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게 바로 내가 여러 차례 했던 주장이다.” 고크 장관의 말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노딜 브렉시트에 반발하는 보수당 의원들이 노동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과 손 잡고 정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앞서 하원은 ‘노딜 브렉시트 반대’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브렉시트를 놓고 의원 다수의 뜻이 모아진 드문 사례였다.

영국 보수당 내에서는 이미 비공식적인 '차기 총리 후보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다. 사진은 다우닝스트리트 10번가에 위치한 영국 총리 집무실의 모습.

 

영국과 EU의 합의에 따라 영국은 일단 4월12일로 브렉시트 날짜를 연기한 상태다.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하원에서 통과될 경우에는 5월22일이 브렉시트 ‘디데이’가 된다.

그러나 그나마 질서있는 탈퇴를 가능하게 할 브렉시트 합의안은 번번이 의회에서 거부되고 있다. 합의안이 통과되기만 하면 자신은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읍소’에도 불구하고 메이 총리는 지난 금요일(3월29일) 합의안이 세 번째로 부결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럼에도 그는 ‘4차 승인투표(meaningful vote)’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메이 총리는 이번에도 합의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조기총선을 실시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발언으로 소속당 브렉시트 강경파 의원들을 위협하기도 했다. 조기총선을 위해서는 브렉시트의 장기 연기가 불가피하다. 보수당 강경파 의원들이 결코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다.   

테레사 메이 총리의 시대는 거의 저물고 있다.

 

물론 메이 총리의 뜻대로 상황이 전개될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2011년 제정된 의회고정임기법(Fixed-term Parliaments Act)에 따라 총리가 단독으로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소집하는 건 이제 불가능해졌다.

임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총선을 실시하려면 의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여야 의원들이 정부 불신임안을 통과시키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이 때 정부는 정부를 새로 구성하거나 기존 정부에 대한 신임을 다시 요청할 수 있고, 하원이 재차 불신임을 결정해야 의회가 해산돼 조기총선이 열리게 된다. 

하원은 1일 다양한 브렉시트 옵션을 놓고 의견을 모으는 ‘의향투표(indicative vote)’를 다시 한 번 실시할 예정이다. 지난주에 처음 실시된 투표에서는 표결에 부쳐졌던 8개 옵션이 모두 부결됐다. 그나마 당시 찬성과 반대의 표차가 가장 적었던 옵션은 ‘EU 관세동맹 잔류’였다.

가디언은 지난주의 투표 이후 이같은 ‘소프트 브렉시트’ 옵션이 의원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쪽에서는 큰 표차로 부결됐던 옵션, 즉 영국이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모두 잔류하는 옵션도 다시 떠오르고 있다. 다만 노동당은 EU 관세동맹 잔류에는 찬성하지만 단일시장에서는 탈퇴(하되 가까운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한 때 사이트가 다운될 정도로 폭주했던 ‘브렉시트 취소’ 국민청원의 서명자수는 600만명을 넘어섰다. 영국 정부가 국민청원 제도를 도입한 이래 최대 규모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기사 출처 :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ca19ce6e4b0bc0dacaab8c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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