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소아과 의사의 경험담: 사람들이 백신을 믿지 않는 이유

 

뉴욕주의 윌리엄스버그와 록클랜드 카운티에서 홍역이 번졌다. 텍사스의 주도 오스틴에서는 기침병이 퍼졌고, 매트 베빈 켄터키 주지사가 아이들에게 전염병을 일부러 옮기게 하는 ‘수두 파티’(pox party)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등 백신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정말 우려스럽다. 윌리엄스버그와 록클랜드 카운티에서는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병이 실제로 대규모로 번지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러한 공공 보건의 문제는 굉장히 위협적이며, 백신 접종률이 떨어진 것의 결과일 수 있다.

다른 의미로도 우려스럽다. 백신 거부에 대한 반응이 문제다. 록클랜드 카운티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백신을 접종받지 않은 18세 미만 아이들의 여러 공공장소 출입을 금지했다. 뉴욕 시는 브루클린 네 구역에서 홍역 백신 접종 의무화를 명령했다. 최근 애리조나에서는 무장 경찰이 한밤중에 민가에 들어가 아픈 아이와 다른 두 아이를 데리고 나온 사건이 있었다. 백신을 맞지 않은 아이가 수막염에 걸렸을 수도 있다고 의사가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공공보건 정책과 관례의 관점에서 윌리엄스버그, 록클랜드 카운티, 애리조나의 개입은 필요했으며 잘한 조치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과 여러 미디어가 계속 쏟아내는 사설들을 보면 이 이슈가 얼마나 위험해졌는지 알 수 있다. 피자게이트 류의 음모이론인 백신 반대 운동, 소셜 미디어에서의 조종, 러시아 트롤들이 지원하는 캠페인들에 맞서서 미디어, 의료계 기득권층, 지역 정부, 심지어 경찰의 분노가 자녀에게 백신 접종을 시키지 않는 사람들에게 쏟아지고 있다.

더 이야기하기 전에 확실히 밝혀두고 싶은 것이 있다. 나는 소아과 의사이며 백신을 지지한다. 백신은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한다. 백신을 맞을 수 사람들이라면 전부 맞아야 한다.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잘못된 정보를 사용해 백신을 두려워하게 만들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악의를 품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백신 관련 공공보건 문제에 대한 우리에 접근 방식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 적어도 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려 노력할 필요는 있다.

건강한 아이들을 자주 돌보는 소아과 의사인 나는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부모들을 자주 만난다. 대부분의 검진과 병원 방문에서 백신에 대한 질문은 꼭 나온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이유는 부모들마다 다르다.

백신과 자폐증의 관련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던 연구들은 이미 여러 해 전에 사실이 아님이 입증되었지만, 자폐증과 연관이 있지 않느냐는 우려를 하는 부모들이 아직 있다. 자녀의 몸에 자연적이지 않은 것, 제약회사가 만든 것을 주입하는 게 걱정된다는 부모들도 있다. 백신이 자녀의 면역체계를 대체하여 약화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부작용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모든 우려는 팩트와 반대되는 오해들이다. 하지만 나는 이게 아주 비이성적인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백신에 반대하는 주장 중 대표적인 것들을 보자. 우선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주장이 있다. 1998년에 영국 의사 앤드류 웨이크는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의학 저널 중 하나인 더 랜싯(The Lancet)에 홍역-볼거리-풍진 백신을 접종받은 어린이들이 자폐증이 더 많았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데이터는 과학적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고, 이 논문은 철회되었다. 웨이크필드는 의사 면허를 박탈 당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대중의 마음속에 뿌리를 내렸다.

내게 이런 우려를 말하는 부모들에겐 “그 연구는 사기였다. 이제 우린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백신은 자폐증을 일으키지 않는다.”라고 대답해준다. 맞는 말이지만,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부모들에게 계속 말하고 있는 의료계가 한때는 저명한 저널에 그와 정반대 이야기를 하는 논문을 실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조금은 있다는 게 놀라운 일일까?

자녀의 신체에 화학 물질을 넣고 싶지 않다는 것은? 유기농 식품 소비자가 이런 본능을 금방 버릴 수 있을까? 내 친구 중에는 아이를 갖고 나서 유기농 식품으로 바꾼 사람들도 많다.

제약업계에 대한 불신은 어떨까? 바이옥스 스캔들(부작용으로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던 진통소염제), 미국과 세계에서 수백만 명에게 피해를 준 오피오이드 위기는 이윤을 추구하는 제약회사 머크와 퍼듀가 대중을 상대로 사기와 허위 정보를 퍼뜨린 직접적 결과였다.

물론 어린이가 백신을 맞는다고 면역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면역력이 커진다. 하지만 어렸을 때 수두 등에 걸리면 면역성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나도 어렸을 때 수두에 걸렸다. 식품 알레르기나 천식 등의 질환의 경우 환경 속에서 자극물과 알레르기 유발 항원에 노출되면 면역 시스템이 강화되고 병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지고 있다. 자녀들을 질병에 노출시키면 면역력이 커진다는 일부 부모들의 믿음은 틀린 결론일 수 있지만, 그들이 있지도 않은 개념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백신 부작용은 드물지만 존재한다. 확률과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을 경우의 위험을 이해해야만 위험과 장점에 대한 결정을 잘 내릴 수 있다. 겁을 내고 자녀를 보호하려는 부모는 무서운 실화 하나를 듣는 것만으로 백신 접종을 피하게 될 수 있다.

백신 접종을 꺼리는 부모들이 자기 자녀를 해치려고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설령 백신에 반대한다 해도,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는 부모는 자녀의 건강에 대한 관심을 표하는 것이다. 게다가 백신 접종을 하지 않겠다고 의사에게 터놓고 이야기하는 부모들은 백신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인정하는 큰 용기를 보이는 것이다. 그들은 보통 백신 반대에 따르는 오명과 의료인이 보일 반감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의 결정을 지지하지 않는다 해도 이런 점은 인정해줄 수 있다. 이런 의사 표명을 통해 대화가 시작될 수 있고, 더 나은 결과가 나올 기회가 생긴다.

반면 어린이들의 공공장소 출입을 금지하고 무장 경찰을 집으로 보내는 행위에서는 대화가 나오기 아주 힘들다. 덜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통계를 제시하고 ‘증거에 기초한’, ‘위험 대비 편익’ 등의 표현을 쏟아내는 것 역시 대화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상에는 정보, 잘못된 정보, 상충하는 내러티브와 아젠다, 세력들이 가득하다. 악의를 품은 것도 있고, 그저 무지의 결과인 것도 많다. 사람들은 그런 정보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즉 나쁜 일들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걸 안다는 뜻이다. 우리가 믿을 수 있어야 하는 기관과 기업들이 우리를 배신한 바 있다. 지구 전체가 실존적 위기에 처해 있고, 이에 대해 가장 큰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이들이 위기 자체를 부인하고 있음을 기억하자. (기후 변화로 지구가 파괴되는 것을 백신 접종으로 막을 수는 없음도 물론이다.)

사람들은 이런 현실에 반응하고 있으며, 권위를 가진 이들의 말을 무조건 믿지 않겠다는 뜻을 표현하는 것이다. 백신 접종 거부, 또는 백신 접종 전에 질문을 하는 행위는 어찌 보면 혼란스러운 시대에 대한 합리적 반응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의료계에 종사하는 우리들은 우리의 의도가 선하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 상황에 고심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선하다고 믿고, 타인들도 자동적으로 우리와 같은 믿음을 가질 것이라 생각한다.

의사들이 환자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위해 노력한다고 믿게 만들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의사들은 불편해 하며, 나 역시 여러 번 그런 느낌을 받았다. “왜 그냥 내 말을 듣지 않지?”라고 속으로 생각하곤 한다. “내가 옳아! 내가 안다고!” 하지만 부모, 환자, 사회, 미디어의 질문은 이제 우리가 받아들이고 포용해야 하는 새로운 표준(new normal)이 되었다.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이 상황에서 쉽게 탈출할 수는 없다. 공공보건 당국은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다. 어쨌든 사람들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적인 면에서 진정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없다면 그러한 노력들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 같다. 상대를 비난하지 않으며 간단한 질문들을 던지고, 대화의 여지를 만들고, 방어적인 웅크린 태세에서 벗어나며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 일부를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모두가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는 지금, 인간 대 인간으로 차분히 이야기하는 것이 의사를 전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 HuffPost USA의 I’m A Pediatrician. Here’s What I’ve Learned About Why People Don’t Trust Vaccines.를 번역한 것입니다

기사 출처 :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cb982e9e4b06605e3ed5afc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배우 정요한이 '성폭력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단편 영화 ‘인연인지‘, ‘오목소녀’ 등에 출연한 배우 정요한에 대한 성폭력 의혹이 제기됐다. 정요한은 유튜버 허챠밍의 영상에도 여러 차례 등장한 바 있다. ‘배우 정요한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연대모임’ 트위터 계정에는 지난 26일 정요한의 성폭력을 폭로하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자신을 영화배우 겸 미술가라고 밝힌 익명의 여성 A씨는 ”영화배우 정요한으로부터 2010년 강간, 2011년 강제추행 피해를 당했다”라고 주장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배우 정요한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연대 모임입니다.
피해자의 글을 공유합니다. #metoopic.twitter.com/4gNV17tg6q— 배우 정요한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연대모임 (@withyou20190226) February 26, 2019 그는 사건 당시 ”정요한과 여러 영화 작업을 해야 했고 지인이 겹쳐있던 상황이었기에 정요한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을 최대한 지우려고 애썼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 스스로를 검열했다”라고 털어놨다.A씨는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이제야 피해 사실을 밝히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6월 ‘정요한이 강간범이다. 주변인들이 묻어주느라 공론화가 안 되고 있다’라는 트윗을 보고 ”용기를 내야 한다. 더는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된다”는 생각에 폭로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A씨는 ”정요한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원했으나 그는 거절의 의사를 밝혀왔다”라고도 주장했다. 끝으로 그는 ”이 고발문을 통해 피해자에서 고발자로 위치를 바꿔 맞서 싸우려고 한다. 폐쇄적인 영화계에서 소외될 것이 두려워 피해 사실을 말하지 않고 혼자 고통을 짊어지는 여성이 더 이상 한국 독립영화계에 없기를 희망한다”라고 전했다. 이에 정요한은 A씨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며 반박에 나섰다. 정요한은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 26일 2차 입장문을 게시했다. 그는 A씨의 주장과 달리 2010년 5월경 ”상호 소통” 하에 성관계를 맺었으며 강제추행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를 얻었다”라고 주장했다.그러면…

강북삼성병원 故 임세원 교수가 남긴 말? #아주모닝 - 아주경제

강북삼성병원 故 임세원 교수가 남긴 말? #아주모닝아주경제[이시각 주요뉴스] 1. 강북삼성병원 故 임세원 교수가 남긴 말? close.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의학과 교수에 대한 추모 물결이 ...

'SKY캐슬' 김주영 딸 케이 연기한 배우 조미녀가 밝힌 이야기

1월 4일 방영된 JTBC 드라마 ‘SKY캐슬’ 13회에서 한서진(염정아)은 김주영(김서형)과 함께 그녀의 아이를 만났다. 김주영의 아이는 극중에서 ‘캐서린‘이란 이름을 갖고 있으며 주로 ‘케이’로 불린다. 김주영의 설명에 따르면, 케이는 “8살에 SAT 2200점을 받아 9살에 조지 워싱턴대학에 입학”했던 천재 소녀였다. 하지만 사고로 코마상태에 빠졌던 케이는 깨어난 이후 어느 한적한 시골의 저택에서 매일 수학문제만 풀고 있다.‘SKY캐슬’에서 케이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4회였다. 김주영 선생의 책상에 놓인 모니터 속에 있던 인물로 나왔다. 그때는 모니터 속의 인물이 김주영의 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을 때였다. 진짜 모습을 드러낸 건, 6회다. 김주영은 딸을 위한 선물로 필기구 세트를 준비했고, 조선생(이현진)은 김주영을 대신해 케이의 방에 선물을 놓고 간다. 이때 시청자들은 처음 케이의 얼굴을 보게 됐다.그런데 케이를 연기한 배우는 누구일까?케이를 연기한 배우가 조미녀란 이름의 배우라는 건 이미 보도된 사실이다.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한 배우로 드라마 ‘청춘시대‘, ‘혼술남녀‘, ‘역도요정 김복주‘, ‘고백부부’등에 출연해왔다. 그런 조미녀가 1월 4일, ‘SKY캐슬’ 13회가 방송된 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케이의 뒷 이야기를 공개했다. View this post on Instagram A post shared by 조미녀 (@wh1007) on Apr 7, 2015 at 5:39pm PDT 케이로 분장한 모습의 사진과 함께 적은 글에서 조미녀는 ”오늘 케이의 정체가 딸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13회 김주영의 대사에서 ”제 딸 캐서린입니다”라는 부분이 있기 때문인 듯 보인다. 이어 조미녀는 자신은 남자가 아니고 여자가 맞다며 ”사내자식처럼 건강하게 생겼다”고 적었다.또한 케이를 연구하면서 18kg을 증량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아래는 조미녀의 인스타그램 포스팅이다.조미녀는 ”작은 분량임에도 많이 응원해주시고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 스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