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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브렉시트를 (또) 연기하겠다는 영국에게 할 말이 있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바쁜 일정을 뒤로 하고 다시 한 번 한 자리에 모인다. 특별 정상회의다. 논의 주제는? 브렉시트. 브렉시트. 브렉시트.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는 하다. 영국은 4월12일에 EU를 공식 탈퇴할 예정이다. 작은 문제가 하나 있다면, EU를 어떤 방식으로 떠날 것인지 영국 정치인들이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 국민투표로 EU 탈퇴를 결정한 지 1022일째, 영국은 결별의 어려움을 실감하는 중이다.

현재 상황은 간단하다. 이틀 내로 결론이 내려지지 않으면 영국은 EU에서 튕겨져 나가게 된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거대한 혼란이 예고되는 시나리오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6월30일까지 시간을 더 달라고 부탁했던 이유다. 두 번째 브렉시트 연기 요청이었다.  

이제 EU 정상들은 몇 가지를 결정해야 한다. 브렉시트 연기 요청을 받아줄 것인가? 받아준다면, 얼마나 길게? 영국이 탈퇴 일정을 미루려면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의 만장일치된 동의가 필요하다. 몇몇 국가들은 회의적이다. 날짜를 미뤄주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묻는다.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EU가 영국의 요구를 무작정 들어줘서는 안 된다고 말해왔다. 엄격한 조건도 내세웠다. 당분간 EU에 계속 남게 되더라도 EU의 의사결정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약속을 영국으로부터 받아내야 한다는 내용이다. 

″떠날 회원국과 영원히 남을 회원국을 똑같이 대할 수는 없다.” 최근 프랑스 정부의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괜한 우려라고 할 수는 없다. 영국 보수당의 브렉시트 강경파를 대표하는 제이콥 리스-모그 의원은 ”브렉시트가 오랫동안 연기되어 우리가 EU에 갇히게 되면 우리는 가능한 비협조적”으로 굴어야 한다는 트윗을 올렸다. 

″우리는 예산 증액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소문에 들리는 EU군대 (창설 계획)를 방해할 수 있고, 마크롱의 인종차별 폐지 계획을 막을 수도 있다.” 

 

역사는 미묘하게 반복된다. 영국이 EU에 가입할 때도 그랬다. 다음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기사 중 일부다.  

″이 양반은 미친 것 같다. 완전 미쳤다.” 영국 총리는 프랑스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리를 떨어뜨리려고 아무 이유나 지어내고 있다. 간단한 문제는 그가 골목대장이 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더 큰 골목에서 대장 두 명을 갖는 대신에.”

그 해는 1963년이었고 해럴드 맥밀런(당시 영국 총리)은 백악관의 통화에서 분노를 쏟아내고 있었다. 몇 주 안에 프랑스의 샤를 드 골 장군(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영국의 유럽경제공동체(EEC) 가입 요청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5개 동료 회원국들도 허를 찔렸다. 그가 영국에게 “Non(아니오)”라고 말한 두 번 중 첫 번째였다. 

반 세기가 지난 지금, 영국은 자신들이 선택한 시점에 EU를 탈퇴하려고 하고 있으며, 유럽에서의 자신들의 운명이 카리스마 넘치는 프랑스 지도자의 계산에 달려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있다. 드 골을 자신의 롤모델로 삼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이다. (파이낸셜타임스 4월8일)

 

EU는 이번에도 새로운 제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메이 총리가 요청했던 6월30일이 아니라, 더 오랫동안 브렉시트를 뒤로 미루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영국과 EU가 맺은 브렉시트 합의안을 이미 세 번이나 부결시켰고, 두 번이나 어느 것에도 다수 의견을 모으는 데 실패했던 영국 하원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EU는 크게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할 계획이다. 

첫 번째 조건은 탈퇴 날짜에 대한 부분이다. EU는 브렉시트를 장기 연기하되 영국 하원에서 합의안이 통과되면 탈퇴 날짜가 되지 않았더라도 영국이 바로 EU를 탈퇴할 수 있도록 제안할 계획이다. 이 때 브렉시트 날짜는 그 다음달 1일로 한다는 게 EU의 계획이다.

두 번째 조건은 ‘EU의 의사결정을 방해하지 말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종의 ‘신사 협정’이다. 다음은 FT가디언 등이 입수해 보도한 EU 정상회의 합의문 초안 중 일부다.

″유럽이사회는 이 독특한 기간 동안 진실된 협력 의무에 따라 건설적이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겠다는 영국의 약속에 주목하며, 영국이 탈퇴할 회원국이라는 자신의 상황을 반영하여 이 조약의 의무를 다할 것을 기대한다.”

″이와 같은 취지로 영국은 EU가 맡은 과제의 성과를 도와야 하며, EU의 목표 달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어떤 조치도 삼가야 한다.”

FT는 이 합의문 초안에 새로운 브렉시트 날짜, 즉 ‘데드라인’은 명시되지 않았으며 이 부분은 EU 정상들의 논의를 거쳐 확정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올해 12월31일과 내년 3월31일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브렉시트가 최대 1년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EU의 의사결정 과정에 영국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문서로 못박아야 한다는 프랑스의 주장은 반영되지 않았다. 어쨌거나 영국이 공식 회원국 지위를 유지하게 되므로 영국의 권리를 제한할 현실적·법적 수단이 마땅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도날드 투스크 EU 이사회 상임의장은 9일 회원국 지도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브렉시트 장기 연기를 영국에 제안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보자고 밝혔다. 그는 ”영국 하원의 깊은 분열”을 거론하며 “6월 말까지 (브렉시트 합의안) 비준 절차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가 별로 없다”고 적었다.  

″뿐만 아니라 교착 상태가 계속되는 경우, 그와 같은 장기 연기는 영국이 자신들의 브렉시트 전략을 재검토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투스크 의장의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영국이 (탈퇴 전까지는) 전적인 권리와 책임을 지닌 회원국으로 남을 것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또한 어떤 경우든, 유럽재판소가 밝힌 것처럼 영국은 언제든 리스본조약 50조를 철회(브렉시트 취소)할 수 있다.” 

EU 회원국들의 의견이 장기 연기 쪽으로 모아지면, 영국은 곧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EU의 역제안을 받아들여 탈퇴 일정을 더 뒤로 미루고 5월23일부터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거나, 아니면 이를 거부하고 결국 ‘노딜 브렉시트’ 재앙을 맞이하거나.

어느 쪽이든 쉬운 선택은 아니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기사 출처 :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cad8a79e4b0e833aa331b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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