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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SNS 친구들에게서 생생하고 속 깊은 이야기를 듣는다

요란한 알람 소리와 함께 아침이 찾아왔다. 이불 속에서 괴로워하며 반사적으로 머리맡의 스마트폰을 집어 든다. 나는 퉁퉁 부은 눈으로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내가 잠들었던 지난밤 동안 전화 연락처에 저장된 지인들에게서 연락이 와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내가 잠에서 깼을 때 스마트폰에 가장 자주 떠 있는 알림은 무엇인가? 바로 페이스북의 탐스러운 붉은색 알림 메시지다. 나는 눈뜨자마자 비몽사몽 페이스북의 세계로 접속하고 있다.

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을 꽤 즐기는 ‘SNS 헤비 유저’다. 페이스북을 비롯해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대표적인 SNS 채널들을 모두 이용하고 있다. 그중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는 주력 채널은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의 시스템은 다소 긴 텍스트도 무리 없이 수용하는 동시에 이미지와 외부 기사, 동영상 링크를 걸기에도 편리하다. 그래서 다른 이들과 다양한 생각거리나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기에 가장 좋은 플랫폼이 아닌가 싶다. 내가 오랫동안 사용해서 익숙하게 적응된 탓이 크겠지만.

물론 이 공룡 같은 다국적 기업은 이런 완성도 높은 시스템과 인터페이스를 공짜로 우리에게 제공하진 않는다. 점점 더 많은 광고 콘텐츠가 빈번하게 노출되면서 사용자들을 포위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사실 이는 페이스북만의 문제는 아니고, 모든 소셜 플랫폼이 최근 몇년 사이에 적극적으로 취하고 있는 행보라고도 할 수 있다.

트위터에는 트위터만의 독특한 정서가 있다. 10년 전쯤 한창 SNS가 국내에 상륙하여 돌풍을 일으켰을 때 나도 트위터를 즐겁게 이용하며 그 공간의 많은 이들과 교류했다. 당시에는 모르는 이들과 멘션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트친’(트위터 친구)이 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금 트위터는 훨씬 더 취향 중심적으로 블록화되었고, 이 플랫폼 고유의 ‘문법’과 ‘놀이문화’가 강력해진 채널이 되었다. 이곳에서 상대의 말을 침착히 경청하며 의견을 나눈다는 느낌이 들기란 쉽지 않지만 여전히 비상한 언어 감각을 자랑하는 삐딱한 괴짜들이 이 플랫폼에 모여 140자 이내의 ‘미친 센스’를 발휘하고 있다.

내가 귀여운 고양이나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다면, 어쩌면 나는 페이스북보다 인스타그램을 훨씬 더 열심히 했을지도 모른다. 인스타그램에선 ‘귀여움’과 ‘예쁨’이 핵심이다. 아쉽게도 내 일상은 그다지 귀엽거나 예쁘진 않다. 그렇지만 텍스트보단 이미지 중심의 직관적이고 날렵한 인스타그램 화면과 시스템은 확실히 요즘 트렌드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게 분명하다. 나도 가끔씩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해시태그와 함께 업로드하며 사람들과 내 생활의 단면들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 시대의 ‘SNS 인연’이란

내가 페이스북에 처음 글을 쓴 날짜는 2011년 3월4일로 나온다. 처음 몇년간은 현실 지인들 위주로 대화를 나누면서 다소 느슨하게 채널을 운영했다. 그러다 돌연 페이스북의 재미에 빠져들어, 본격적으로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을 늘리고 꼬박꼬박 여기에 글을 쓴 것이 대략 2~3년 남짓 되었다. 8년여의 시간 동안 이곳에 쓴 글만 해도 수백개가 훌쩍 넘어갈뿐더러 이 기간에 나의 ‘페친’은 어느덧 수천명이라는 놀라운 단위가 되었다.

그리고 내 생각에 페이스북의 가장 큰 장점은, 적어도 형식적으로나마 ‘쌍방의 소통’을 보장하는 친구 시스템이 아닐까 싶다. 다른 몇몇 플랫폼처럼 누군가가 상대를 일방적으로 ‘팔로잉’ 하고 상대의 ‘팔로잉’을 기대하는 것(일명 ‘맞팔’)이 아니라, 일단 상대와 내가 친구가 되기로 동의하는 한 서로의 이야기를 ‘평등하게’ 듣게 된다는 점 말이다. 내가 친구들에게 무언가 나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싶다면 나 역시도 내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가는 게 있어야 오는 게 있다는 말이다.

요즘도 나는 일주일에 평균 3~4개의 포스팅을 올리고 다른 페친들의 포스팅을 꼼꼼히 읽으면서 활발하게 의견을 나누는 중이다. 몇년 전엔 많아 봐야 10개 남짓한 ‘좋아요’가 눌리던 내 포스팅이었다. 하지만 이제 100 단위 수의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러주는 포스팅도 심심치 않게 생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한달 사이에 내가 올린 포스팅에 이런저런 댓글을 달아준 페친의 수를 세어보니 무려 70여명에 달한다. 그다지 사교적인 성격도 아니고 사람 복작이는 걸 영 싫어하는 내 취향을 따져봤을 때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나도 그만큼 그분들에게 받은 관심을 돌려드려야 하니 이런 주고받음의 미덕을 실천하느라 하루에 한두시간은 이 채널 안에서 훌쩍 가버리는 것이다.

내 페친들의 면면을 말한다면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라고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 교사, 사업가, 주부, 작가, 기자, 법조인, 의사, 건축가, 예술가, 출판인, 번역가, 전문 연구원, 노동운동가, 비정부기구(NGO) 활동가, 정치인 등등 내가 다른 어디에서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넓은 직업군과 연령대의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하고 있다. 나도 이 공간에서 많은 분과 사귀었고, 또 몇몇 분은 직접 뵙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을 누리기도 했다. 몇몇 분과는 실질적인 업무 관계까지 맺어보기도 했다.

내 친척이나 선후배, 또 오래전 현실에서 맺은 인연 중에도 위의 직업군에 속하는 이들이 없지 않다. 그런데 최근 몇년 사이 나는 그들에게서가 아니라 이 SNS 친구들에게서 훨씬 더 생생하고 속 깊은 이야기를 듣곤 했던 것이 사실이다. 진부한 표현이겠지만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옛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적어도 텍스트로나마, 나는 거의 매일처럼 이들의 직업적 고민과 성찰을 엿보고, 공감하고, 거기서 많은 것을 배워나가고 있다. 이 시대의 인간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활용법도 천태만상

각자의 직업이 천태만상인 것처럼 페이스북 안의 사람들이 저마다 이 플랫폼을 활용하는 스타일도 천차만별이다.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의 본질에 충실하듯 매일 자신의 아름다운 얼굴을 자랑하는 분들도 계시고, 자신의 전문 분야에 관한 지식을 뽐내면서 매번 심층기사 수준의 깊이 있는 포스팅을 올리는 분도 계신다. 소수의 인연들과 정성스럽게 관계를 맺어가는 분들이 계시고, 뛰어난 통찰과 문장력으로 매일 수백개가 넘는 ‘좋아요’를 자랑하는 소위 ‘페북 스타’들도 계신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한 사람이 올리는 짧고 긴 포스팅 안에 그가 수십년간 쌓아온 성정과 성격이 자연스레 배어 나온다. 그리고 지금 그를 휘어잡은 가장 민감한 이슈가 있다. 그래서 여기에는 싸우는 사람이 있고, 슬퍼하는 사람이 있고, 분노하는 사람이 있고, 저격하는 사람이 있고, 또 저격을 폭로하는 사람이 있다. 선언하는 사람이 있고, 토로하는 사람이 있고, 홍보하는 사람이 있다. 어쨌든 우리는 이 가상 공간의 용광로 속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좋아요’를 눌러주고, 자신의 이야기에 ‘좋아요’가 많이 눌리기를 기대하고 있다.(SNS를 하는 사람 중 자기 포스팅의 ‘좋아요’ 숫자에 신경을 전혀 쓰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여러분께도 페이스북의 세계를 권하고 싶다. ‘내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달라. 그렇다면 나도 당신의 이야기에 깊이 반응하겠다.’ 다소 냉정하고 계산적으로 들리는 이쪽 세계의 문장일지 몰라도, 이건 사실 ‘오프라인’에서도 모든 대화와 관계를 가로지르는 깊숙한 본질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 아닌가?

글 · 산책맨

기사 출처 :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cc58410e4b04eb7ff96f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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