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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디터의 신혼일기] 와이프의 덕질을 어디까지 이해할 것인가?

tvN 드라마 '그녀의 사생활' 스틸컷.

허프 첫 유부녀, 김현유 에디터가 매주 [뉴디터의 신혼일기]를 게재합니다. 하나도 진지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만을 따라가지만 나름 재미는 있을 예정입니다.

2010년의 이야기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건국 최초로 해외 개최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하고, 동시에 인류의 해악 부부젤라가 전 세계 축구장에 특히 상암월드컵경기장에 보급되는 참극이 빚어진 원년. 그 해 5월 발행된 월드컵특집호 ‘베스트일레븐’에는 월드컵에서 주목해야 할 각국 선수 중 하나로 혼다 케이스케가 실려 있었는데, 난 그 얼굴을 본 순간 반했다. 그 얼굴은 18년 인생에서 쌓아온 빅데이터를 총집합해 만든 이상형의 결정체였던 것이다.

최고다, 혼다 선수!!!

안타깝게도 그 덕통사고 이후 10여년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그를 실제로 만나지 못했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진짜 혼다 선수를 만나볼 기회는 단 한 번도 없었으나 어쩌다 그와 외모·키·몸무게·나이 등 모든 것이 비슷한 남자를 만나게는 됐다. 그리고 거기에 넘어가 결혼까지 골인. 어찌 보면 ‘최애의 닮은꼴과 결혼한 성공한 덕후’인 셈이었으나, 나는 아직 목말랐다. 남편은 남편이고 최애는 최애니까! 그 둘은 분명히 달랐다.

그리고 얼마 전, 10여년 만에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혼다 선수가 10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는 거였다. 2019 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혼다의 팀 멜버른과 K리그클래식 대구FC가 한 조에 묶여 1차전은 멜버른에서, 2차전은 대구에서 치르게 된 것이다.

3월의 어느 날 근무시간, 멜버른에서 진행된 1차전을 일하는 척하며 화면을 작게 해놓고 몰래 보던 나는-이 글을 데스킹 해주시는 김도훈 편집장님, 죄송합니다- 2차전을 대구에서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얼른 AFC 홈페이지에 접속해 2차전 날짜를 확인한 뒤 곧바로 휴가를 냈다. 5월 8일.

그 소식을 들은 남편의 반응은 생각보다 쿨했다. “당일치기로 가는 거야? 어차피 난 회사 못 빼니까 잘 다녀와.” 너무 쿨해서 살짝 당황할 정도였다. 나는 만약 반대의 입장으로, 남편이 10년 동안 좋아한, 나를 빼닮은 외국의 여자 스포츠 선수를 보러 평일에 회사를 빼고 가겠다고 하면 이해는 해도 조금 서운할 것 같은데 말이다. 게다가 평일에 대구까지 간다고? ”그럴 거면 그냥 나를 봐!” 할 것 같은데. 그러나 남편은 의연했다.

그런데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곧 부부젤라 보급만큼 끔찍한 비극이 날 덮쳤다.

경기를 이틀 앞둔 6일, 멜버른 측은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대구를 방문한 선수단의 모습을 공개했다. 그런데... 혼다 선수는 거기 없었다.

같은 시간, 혼다 선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Melbourne” “#OOTD” “#Fashion” 따위 해시태그를 달고 자신의 멋진 패션 센스를 과시하는 사진이나 올렸다. 이 와중에도 멋있을 셈이냐고 중얼거리며 사진을 확대해서 보는 순간 무언가 우두두둑 하고 거세게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게 모냐면 그건 바로 내 억장ㅎ

억장이 무너진 나는 눈물을 머금고 예매한 경기 입장권(무려 1열 한가운데 좌석이었는데...)과 대구 왕복 KTX 티켓을 환불했다. 이렇게 또 어긋나다니…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

반대로, 남편에게는 이게 인생의 진리처럼 느껴진 듯했다. 쿨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굴던 남편은 갑자기 엄청 하이텐션이 되더니 이렇게 못 생긴 이모티콘을 보내며 나를 농락했다.

그래… 나는 2D 팬이랑 다를 바 없었다.

경기 당일, 10년의 기대가 무너진 나는 우울감에 젖어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있다가 5시가 돼서야 일어났다. 그리고 퇴근한 남편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대구-멜버른 경기를 테레비 중계를 통해 봤다. 싱글벙글대며 평소보다 맛있게 밥을 두 공기나 먹어치운 남편은 “원정 관중이 없네. 저기 갔었으면 카메라 잡혔겠다”느니 “저기 있었으면 오늘 이렇게 같이 밥도 못 먹었겠어. 완전 맛있는데”하고 즐거워했다.

이날 대구는 멜버른에 4-0 대승을 거뒀고, 그 모습을 보던 남편은 만면에 미소를 띠며 “만약 혼다 왔었어도 팬들한테 인사하고 이럴 분위기는 아니었겠어”하고 위로인지 놀림인지 뭔지 모를 말로 깐족 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만약 진짜 혼다 선수가 한국에 와서, 내가 대구 구장을 방문했었더라면 남편이 처음의 담담함을 유지했을지 궁금해졌다. 잠들기 전 남편이 “만약 오늘 대구 갔었더라면 지금쯤 서울 도착했겠네. 피곤했을 게 분명해. 안 가길 잘했지”라고 장황하게 말함으로써 그 의문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나름 쿨한 척 했으나 아내의 덕질을 우려(?)했던 것 같던 그 모습이 또 귀엽기도 해서, 나도 이제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여태껏 혼다 선수를 직접 보지 못한 건 운명의 장난이 아니라 순리였다고 말이다. 그래도 여전히 못 본 건 아쉽긴 해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

기사 출처 :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cd514a9e4b054da4e869bd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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