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봉준호의 '기생충'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깊은 곳을 긁는 이야기다(시사 직후 리뷰)

*주의 : 봉준호 감독의 부탁대로 스포일러를 최대한 줄였지만, 그래도 영화에 대한 힌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 ‘기생충‘의 언론 시사회가 5월 28일 열렸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인데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기생충‘에 대한 궁금증은 그 어느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게다가 이야기를 알 수 없게 만들었던 예고편과 영화의 특정 부분 이후로는 스포일러를 자제해달라는 봉준호 감독의 ‘부탁’까지 화제가 되면서 영화의 정체는 더 비밀이 됐다.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도 개봉 전까지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이유다.

봉준호 감독이 보도자료를 통해 전한 부탁은 가난한 가족과 부잣집 가족의 첫 접점까지만 공개해달라는 것이었다. 돈이 없어 핸드폰도 끊기고, 다른 집에서 암호를 걸지 않은 와이파이를 공짜로 쓰며 세상과 접촉하던 가족의 이야기가 먼저 보인다. 이 집의 장남 기우(최우식)는 친구의 도움으로 고액과외 자리를 이어받는다. 하지만 그는 재수를 거치다가 군대까지 다녀온 후에도 재수를 이어간 사실상 백수다. 미대 시험에 연이어 떨어졌지만, ”손재주가 좋은” 동생 기정(박소담)의 도움으로 연세대학교 재학 증명서를 위조한 기우는 글로벌 IT기업 CEO인 박사장(이선균)의 딸에게 영어를 가르치게 된다. 이 집에는 엄마 연교(조여정)가 미술 영재라 믿는 막내아들이 있다. 연교는 막내 아들의 새로운 미술 선생님을 찾고, 기우는 동생 기정을 떠올린다.

‘기생충‘은 기우와 기정, 이 두 남매가 설계한 사기극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그리 많이 배운 것도 없지만, 그들은 지금까지 버티고 살아오며 단련시킨 생존본능과 순발력으로 사기극을 완성시킨다. 배우 최우식과 박소담, 이들의 부모를 연기하는 송강호와 장혜진은 연기 속의 연기를 하는 셈. ‘기생충’에서 가장 많은 웃음이 나오는 이 부분에서 관객들도 가장 많은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이들의 사기극은 그렇게 성공하는 듯 했지만, ‘기생충‘의 이야기는 이때부터가 본격적이다. 보도자료가 공개한 대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기다리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밝힌 것처럼 기생충이 ‘반전에 매달리는 영화는 아니지만‘, 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을 통해 영화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이야기보다 더 깊은 곳으로 돌진한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을 가지고 이야기한다면, 계속 새로운 문을 열고 돌진하는 ‘설국열치‘의 리듬이 떠오를 수 있다. ‘마더‘에서 주인공 도준이 바라보던 집과 집 사이의 검은 골목, 무엇보다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도 떠오를 것이다. 그만큼 이 ‘본격적인 이야기’에는 봉준호 감독이 그동안 영화에서 보여준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배우들의 동선과 편집의 리듬, 절묘한 촬영으로 관객을 매혹시키는 봉준호 감독의 연출이 빛나는 장면도 이때 나온다.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근작인 ‘설국열차‘와 ‘옥자‘에 비해 ‘선명한’ 영화다. 칸 영화제에서 많은 외국인 평자들과 영화관계자들이 서로 ”우리나라의 이야기”라고 했을 만큼 여러 나라의 관객들도 선명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부잣집 동네의 크고 넓고 밝은 집과 가난한 동네의 좁고 어두운 반지하 집 사이의 간극 때문에 선명한 건 아니다. ‘기생충’은 그보다 더 깊고 깊고 깊다. 무엇보다 슬픈 이야기다.  기생충’은 오는 5월 30일 개봉한다.

사족)

- ‘기생충‘은 배우 송강호가 자고 있다가 깨는 모습으로 처음 등장하는 봉준호의 세번째 영화다. 첫 번째 영화는 ‘괴물‘이고 두 번째 영화는 ‘설국열차‘였다. 봉준호의 영화에서 자다가 깬 송강호는 이전과 다른 인물이 되곤 했다. ‘기생충’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사 출처 :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cecf424e4b00e036573e37c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배우 정요한이 '성폭력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단편 영화 ‘인연인지‘, ‘오목소녀’ 등에 출연한 배우 정요한에 대한 성폭력 의혹이 제기됐다. 정요한은 유튜버 허챠밍의 영상에도 여러 차례 등장한 바 있다. ‘배우 정요한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연대모임’ 트위터 계정에는 지난 26일 정요한의 성폭력을 폭로하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자신을 영화배우 겸 미술가라고 밝힌 익명의 여성 A씨는 ”영화배우 정요한으로부터 2010년 강간, 2011년 강제추행 피해를 당했다”라고 주장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배우 정요한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연대 모임입니다.
피해자의 글을 공유합니다. #metoopic.twitter.com/4gNV17tg6q— 배우 정요한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연대모임 (@withyou20190226) February 26, 2019 그는 사건 당시 ”정요한과 여러 영화 작업을 해야 했고 지인이 겹쳐있던 상황이었기에 정요한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을 최대한 지우려고 애썼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 스스로를 검열했다”라고 털어놨다.A씨는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이제야 피해 사실을 밝히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6월 ‘정요한이 강간범이다. 주변인들이 묻어주느라 공론화가 안 되고 있다’라는 트윗을 보고 ”용기를 내야 한다. 더는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된다”는 생각에 폭로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A씨는 ”정요한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원했으나 그는 거절의 의사를 밝혀왔다”라고도 주장했다. 끝으로 그는 ”이 고발문을 통해 피해자에서 고발자로 위치를 바꿔 맞서 싸우려고 한다. 폐쇄적인 영화계에서 소외될 것이 두려워 피해 사실을 말하지 않고 혼자 고통을 짊어지는 여성이 더 이상 한국 독립영화계에 없기를 희망한다”라고 전했다. 이에 정요한은 A씨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며 반박에 나섰다. 정요한은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 26일 2차 입장문을 게시했다. 그는 A씨의 주장과 달리 2010년 5월경 ”상호 소통” 하에 성관계를 맺었으며 강제추행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를 얻었다”라고 주장했다.그러면…

'나는 자연인이다' 측이 '미성년자 성추행 가해자 출연'에 대해 사과했다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 미성년자 성추행 가해자가 출연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오마이뉴스는 10일 ”‘나는 자연인이다‘가 미성년자 성추행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출연자를 ‘자연인’으로 출연시켰다가 피해자 측의 항의를 받고 다시 보기 서비스 삭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단독 보도했다.사실을 MBN에 알린 건 피해자 본인이었다. 제보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케이블 채널 재방송을 통해 수개월 전 방송된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와 내 딸을 성추행한 가해자가 등장한 것을 발견했다”라며 ”나와 내 딸은 사건 이후 여전히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고통 속에 살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피해자는 MBN에 다시 보기 삭제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나는 자연인이다’ 측은 성추행 가해자의 출연 사실을 인지했으며 다시 보기 삭제 절차를 밟고 있다고 알렸다.관계자는 동아닷컴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출연자 섭외 당시 사전 인터뷰를 할 때 이러한 사실을 밝히지 않아 제작진도 몰랐던 부분”이라며 ”해당 제보를 받고 현재 다시 보기 서비스 삭제 과정에 있다”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또 ”추후 출연자를 섭외하면서 철저하게 검증하겠다. 이런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이겠다”라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김태우 에디터: taewoo.kim@huffpost.kr 기사 출처 :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nature_kr_5d2594b4e4b07e698c42bda9

영화 '어스' 속 '예레미야 11장 11절', 토끼, 그리고 가위의 의미

**이 기사에는 영화 ‘어스’에 대한 스포일러가 가득합니다.** 조던 필 감독의 신작 ‘어스‘(Us)가 지난 27일 개봉했다. ‘어스‘는 필의 전작 ‘겟아웃’과 마찬가지로 상징과 복선으로 가득하다. 영화 제목은 물론이고 등장인물들의 옷에도 복선이 숨어 있다. 조던 필은 앞서 매셔블과의 인터뷰에서 ”영화의 모든 요소는 의도적으로 등장한다. 이것만큼은 장담할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작은 디테일마저 상징적이라는 것이다. ‘어스’를 봤다면 지금도 의문스러울 다섯 가지 상징을 함께 살펴보자. ‘어스’ ‘어스’는 영어로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첫 번째로는 바깥세상의 인간과 그들의 분신(tethered, 영화에서 분신들을 일컫는 말) 사이의 관계(우리, Us)를 뜻한다.또 한편으로는 미국(U.S., United States)을 의미한다. 영화는 미국 사회를 포괄적으로 그린다. 분신들은 1986년 미국에서 개최된 ‘Hands Across America’(미국을 가로지르는 손) 캠페인에서 영감을 받아 미국 전역에 걸쳐 인간 띠를 만든다. 미국 내 사회적 약자와 빈곤층을 돕기 위해 진행된 캠페인과 같이 분신들은 사회에서 소외된 채 살아가는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손을 맞잡는다. 또한, ”당신들은 누구냐”라는 애들레이드(루피타 뇽)의 질문에 대한 레드(분신)의 답 역시 제목이 미국을 상징한다는 증거다. 애들레이드는 레드의 등장에 ”도대체 당신들은 누구냐”라고 묻는다. 이에 레드는 ”우리는 미국인이다”라고 답하는데, 이 답변은 제목의 중의적 의미를 표현한다.11 : 11 ’11:11′이라는 숫자는 영화 내내 등장한다. 영화 초반, 어린 애들레이드가 유원지에서 마주한 남자는 ”예레미야 11장 11절”이라고 적은 팻말을 들고 있다. 또 애들레이드의 아들 제이슨(에반 알렉스)이 시계를 가리켰을 때도 11:11이라는 숫자가 강조된다. 게이브(윈스턴 듀크)가 야구 경기를 보는 동안에도 ’11:11′이 등장한다. 야구 해설가가 ”지금 11대 11로 동점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