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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쉐이크가 요즘 영국에서 최고의 시위 도구로 떠오른 사연

지난달, 수습생 다니얼 마흐무드(23)는 극우 선동가 토미 로빈슨(본명 스티븐 엑슬리-레넌)이 워링턴에서 유세를 할 예정이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약속이 있어서 잉글랜드 북서부의 이 마을에 갔던 그는 그 곳에서 엑슬리-레넌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시위대로부터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아시아인은 저밖에 없었습니다. 그곳 (‘파시즘반대연합’) 사람들은 저를 안아주면서 용감하게 나서줘서 고맙다고 말해줬죠.” 마흐무드가 훗날 옵서버에 한 말이다.

그 때, 이 지역을 대표하기 위해 유럽의회에 출마한 후보 중 하나인 엑슬리-레넌이 마흐무드를 발견했다.

 ”처음 그가 제게 다가왔을 때, 그는 자기가 인종주의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그렇다고 답했어요.” 마흐무드가 설명했다. ”그랬더니 그가 ′훈련된 깡패들의 80%가 무슬림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까?‘라고 묻길래, 저는 ‘그건 거짓된 통계죠. 백인 소아성애자들은 어떻고요? 왜 그들은 훈련된 크리스천 깡패들이라고 부르지 않습니까?’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버럭 화를 내더군요.”

당시 마흐무드는 조금 전 구입한 맥도날드 바닐라 밀크쉐이크를 내내 들고 있었다. 이건 전적으로 우연이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유럽의회 선거에 출마한 영국 극우 인사 토미 로빈슨(본명 스티븐 엑슬리-레넌)은 5월 초 선거운동을 하다가 밀크쉐이크 공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 평범한 음료를 엑슬리-레넌에게 던진 이후, 마흐무드는 자신도 모르게 유럽의회 선거, 그리고 어쩌면 2019년 정치적 저항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낸 주인공이 됐다.

정치적 저항이나 시위를 계획할 때 사람들이 음식에 끌리는 이유 중 하나는 ”편리성의 문제” 때문일 경우가 많다고 글래스고대(University of Glasgow) 벤자민 프랭크 박사는 설명한다.

″음식을 던지는 건 무례의 신호로 여겨지곤 합니다. 붙잡혀서 손발이 묶여있는 악당에게 썩은 과일을 던지는 것처럼 말이죠.” 그가 허프포스트UK에 말했다.

″정치적, 저항운동에서 그동안 다양한 음식이 사용되어 왔습니다. 편리성의 문제 때문일 경우가 많죠.”

“1970년 미스 월드(Miss World) 때 페미니스트들은 달걀과 밀가루를 던졌고, ‘Biotic Baking Brigade’ 같은 단체는 커스타드 파이라는 보다 전통적인 수단을 택하고 있어요.” 

프랭크 박사는 엑슬리-레넌에게 처음으로 밀크쉐이크가 사용된 건 ”아마도 편리성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 효과나 상징적 힘이 인기를 끌었던 것이죠.”

″(시위 도구로서) 밀크쉐이크가 유행하는 건 새로운 현상입니다.” 프랭크 박사의 말이다. ”유행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어느 패스트푸드점에나 다 있기 때문에 금방 하나 구할 수 있기 때문이죠.”

브렉시트당(Brexit Party) 나이젤 패라지 대표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뉴캐슬에서 선거운동을 하다가 밀크쉐이크 공격을 받았다. 2019년 5월20일.

 

″두 번째로는, 극우 세력들이 순수성과 순백(피부)의 상징으로 우유를 내걸면서 우유의 유당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lactose intolerance) 소수자들을 조롱하고는 했기 때문입니다.”

″셋째, 이건 매우 효과적입니다. 공격 대상자를 매우 불편하고 우스꽝스럽게 보이도록 만들죠. 대단한 지도자가 어린이들의 음료에 당하는 추한 몰골을 보이게 됩니다.”

″이같은 시위에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 즉 재밌기는 하지만 밀크쉐이크를 던지는 건 폭력행위의 일종이라는 지적도 맞습니다.” 프랑크 박사가 덧붙였다. ”그러나 이건 매우 약한 형태의 폭력이라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죠.”

마흐무드가 엑슬리-레넌을 밀크쉐이크로 적신 이후, 영국수호동맹(EDL) 대표를 지냈던 엑슬리-레넌은 한 차례 더 공격을 받았다. 뉴캐슬에서 유세 중이던 브렉시트당(Brexit Party) 대표 나이젤 패라지와 영국독립당(UKIP)의 유럽의회의원(MEP) 후보 칼 벤자민 역시 밀크쉐이크 세례를 받았다.

20일 패라지에게 밀크쉐이크를 던진 직후 제압된 폴 크라우더(32)는 수갑이 채워진 채 짧은 심경을 밝혔다. ”저런 사람에 대한 옳은 시위였어요. 그가 우리나라에 내뿜는 폭력과 인종주의가 밀크쉐이크를 던지는 것보다 훨씬 더 해롭습니다.”

 

″저는 밀크쉐이크의 뚜껑을 열어서 던졌어요. 단단한 건 하나도 없었죠. 액체 뿐이었어요. 저 양반이 다치거나 했을리도 전혀 없고요. 제가 발로 차거나 밀치지도 않았고요. 그런 건 전혀 없었습니다. 밀크쉐이크를 던졌을 뿐입니다.”

‘어떤 밀크쉐이크였습니까?’ 한 기자가 물었다. ”바나나 솔티드 캐러멜이요. 사실 저 조금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더 좋은 곳에 쓰인 것 같네요.”

 패라지는 뉴캐슬에 도착한 지 21분 만에 이런 일을 당했고, 벤자민은 지난 일요일 솔즈베리에서 밀크쉐이크를 흠뻑 뒤집어 쓴 것을 포함해 수많은 밀크쉐이크 공격의 희생자가 됐다.

잉글랜드 남서부 콘월 주의 트루로에서도 실랑이가 벌어졌다. 두 명의 시위대가 벤자민에게 음료수를 던지려다가 실패한 것.

유튜브에서 ‘사르곤 오브 아카드(Sargon of Akkad)’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벤자민은 노동당 의원 제스 필립스에 대한 강간 발언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른바 ‘밀크쉐이킹(milksahing)’이 너무 인기를 끈 탓에 에든버러의 한 맥도날드 매장은 지난주 패라지의 선거 운동을 앞두고 경찰로부터 밀크쉐이크를 판매하지 말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러자 맥도날드의 경쟁업체인 버거킹은 이런 트윗을 올렸다. ”스코틀랜드 주민 여러분. 우리는 주말 내내 밀크쉐이크를 팝니다. 재밌게 노세요.”

 

몇몇 사람들은 ‘밀크쉐이킹‘을 환영하며 행동에 나선 범인들을 ‘평범한 영웅들’로 추켜세웠다. 해시태그 #SplashTheFash가 소셜미디어에 등장했고, 몇몇 지역 아이스크림 가게들은 정치 행사를 앞두고 아이스크림 할인에 나서기도 했다.

한 시위자가 맥도날드의 밀크쉐이크를 들고 있는 뱅크시 스타일의 그림과 함께 ‘혁명은 저온살균 될 것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이미지는 소셜미디어에서 계속 퍼지고 있다.

 

이 새로운 시위를 환영하고 즐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경찰은 이같은 행위가 폭력에 해당하며, 지난 몇 주 사이에 최소 두 명의 밀크쉐이크 투척 사범을 일반 폭행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영국 총리실은 ”용납될 수 없고 비합법적인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경찰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총리는 정치인들이 괴롭힘이나 협박, 폭행(의 위협) 없이 자신들의 일을 하고 선거운동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총리실 대변인이 밝혔다.

정치의 역사를 살펴보면, ‘밀크쉐이킹’이 동사가 되기 전에도 음식물이 정치인들에게 투척된 기억에 남을 사례들이 있었다.

2001년, 당시 부총리였던 존 프레스콧은 웨일스의 릴에서 자신에게 달걀을 던진 남성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 역시 지난 3월 북런던 핀즈버리파크 무슬림 복지센터에서 ‘투표 결과를 존중하라’고 외친 브렉시트 지지자로부터 달걀 세례를 받았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2004년 하원에서 열린 ‘총리와의 대화(Prime Minister’s Questions)’ 도중 시위대가 던진 자주색 밀가루에 맞았다.

그러나 밀크쉐이크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이미 정치인들을 이미 지치게 만들었다.

이번주 ‘파이브가이즈’의 5.25파운드짜리 바나나 솔티드 캐러멜 밀크쉐이크 세례를 받은 뒤, 패라지가 경호원들에게 왜 공격을 막지 못했냐고 말하는 장면이 녹취됐다.

″어떻게 그걸 못 볼 수가 있어?” 하얀색 액체가 재킷에서 뚝뚝 떨어지는 가운데 그가 물었다.

 

* 허프포스트UK의 ‘Milkshaking’: How The Divisive Protest Against Politicians Escalated Very Quickly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기사 출처 :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ce37d78e4b0877009938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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