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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노스캐롤라이나 그린빌에서 열린 트럼프의 파시스트 유세

무슬림들이 미국에서 나가야 한다고 믿는 마크 도슨씨가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 위치한 윌리엄스 아레나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뒤에 보이는 트레일러에는 낙태 반대 운동가들이 내건 것으로 보이는, 죽은 태아들의 사진이 잔뜩 붙어있다. 2019년 7월17일.

(그린빌, 노스캐롤라이나주) - 마크 도슨과 낸시 도슨은 무슬림들이 미국에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부부는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작은 마을 시보드(Seaboard)에서 1시간 반 동안 차를 타고 와서 1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에 참석했다. 그들은 일찍 도착했고, 유세장인 윌리엄스 아레나 바깥 나무 그늘에 접는 의자를 펼쳤다. 기온은 37도에 육박했다.

“샤리아 율법은 (미국) 헌법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무슬림들은 이 나라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본다.” 은퇴한 마크 도슨씨가 말했다. 그는 ‘트럼프 2020’이라고 적힌 군복 무늬 야구모자를 쓰고 ‘미합중국: 사랑하거나 떠나라’라는 문구가 인쇄된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증오하지 않는다.” 은퇴한 IBM 프로그래머인 낸시 도슨씨가 무슬림에 대해 한 말이다. “그들이 함께 지내며 자신들의 나라와 종교를 가질 수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대량 추방(mass deportation)에 대한 도슨 부부의 시각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서 열린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 유세에서 그다지 비주류로 느껴지지 않았다. 연단에 오른 트럼프는 민주당의 유색인종 의원 네 명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모두 미국인인 이 의원들을 향해, 트럼프는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 연설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는 그의 재선 캠페인 슬로건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 미국. 2019년 7월17일.

 

트럼프가 소말리아 난민으로 미국에 와서 미국 시민이 된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민주당, 미네소타)을 공격하자 실내체육관에 모인 수 천 명의 청중은 “그를 돌려보내라(Send her back)!”라고 외쳤다.

이건 시선을 사로잡는 광경이었다. 거의 백인으로 구성된 수 천 명의 청중들 중 상당수가 빨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모자를 쓰고는 청중의 요구를 잘 받아들이는 대통령에게 그의 정치적 정적 중 하나인 흑인이자 무슬림이자 미국인 여성을 불법적으로 출국시키라고 요구한 것이다. 

트럼프가 권력에 다가가기 시작한 2015년부터 경고의 목소리를 내온 파시즘 학자들은 이번 그린빌 유세가 파시즘이 더욱 퍼졌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보았다. 미국이 노골적인 파시즘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것이다.

“나는 쉽게 충격 받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비상 사태를 마주하고 있다.” 예일대 철학 교수이며 <파시즘의 작동원리 : 우리와 그들의 정치(How Fascism Works : The Politics of Us and Them)>의 저자인 제이슨 스탠리가 쓴 트윗이다.

나는 쉽게 충격 받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비상 사태를 마주하고 있다. 언론인들이 이걸 보기 좋게 포장해서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이건 악마의 얼굴이다.

(리트윗) 이건 근대 미국 정치 역사상 가장 인종주의적인 순간이다. 트럼프가 나의 친구 일한 오마르를 공격하기 시작하자 청중들은 ‘돌려보내라! 돌려보내라!’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건 완전히 비열하고 위험한 일이다. 우리는 여기에 있다. 그 시대에 살고 있다. 추악하다.

 파시즘과 프로파간다 전문가인 루스 벤-기아트 뉴욕대 역사학 교수는 그린빌 유세에서 이와 비슷한 역사적 사건을 발견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보낸 최근의 인종차별 메시지를 집단의 의식(구호, 슬로건)으로 만든 광적으로 충성스러운 지지자 집단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트럼프가 증오하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증오한다.” 벤-기아트가 허프포스트에 설명했다.

“이 모든 것은 파시스트 정권의 지도자-추종자 관계와 일치한다.” 

“맞다. 이건 파시스트 유세다.” <오늘날의 파시즘: 그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끝낼 것인가(Fascism Today: What It Is and How to End It)>의 저자 셰인 벌리의 말이다.

“이번 유세는 트럼프에게 있어 수사적, 정치적 확대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2016년 대선의 승리를 확고히 한 것이다.”벌리가 허프포스트에 설명했다. ”지지 기반을 강화하고 싶어하는 트럼프가 원하는 일이고,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 포퓰리즘을 이용해 이를 유도하고 있다.”

벌리는 이 전략으로 인해 트럼프 지지자들은 “정치적 행동을 확대할 것이며, 패트리어트 프레이어(Patriot Prayer) 같은 극우단체의 부상에서 봤던 것처럼 이는 폭력적으로 표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트럼프가 여성 의원들과 반(反)파시즘 좌파에 대해 사용한 레토릭은 폭력을 고무하는 결과로 이어질 거라고 본다.”

 

이날 유세장에서는 짧은 물리적 충돌의 순간이 있었는데, 지지자들은 이에 환호했다. 한 시위자가 잠시 트럼프의 연설을 방해하자 경호원들은 그를 끌어냈다. 관중들은 환호하며 “U-S-A!”를 외쳤다.

물론 트럼프는 이미 훨씬 더 심각한 정치적 폭력을 선동한 상태였다. 특히 오마르 같은 소말리아계 미국인을 겨냥하면서다.

1월에 ‘크루세이더스’(십자군)라는 이름의 무장단체에 소속된 트럼프 지지자 세 명이 캔자스주 가든시티에서 소말리아계 무슬림 학살 계획을 꾸미다 각각 25년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달, 트럼프를 지지하는 무장단체 소속원 두 명은 2017년 미네소타주 소말리아 모스크 폭탄 테러를 저질렀음을 시인했다. 

17일 그린빌 유세에 모인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는 반(反)무슬림 편견이 널리 퍼져있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베어그라스(Bear Grass) 주민 버드 ‘위자드’ 해럴(61)씨는 “이슬람은 진짜 종교가 아니”라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펼쳤다. “그건 전쟁의 종교다. [코란을] 읽어보라. 나는 조금 읽어봤다. 내가 본 것은 모두 증오에 찬 악랄한 내용 뿐이었다.”

“그리고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그들은 여기에서 하려고 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침략하고 선거를 좌우할 만큼의 유권자 숫자를 확보해서 우리나라를 휘어잡고 통제하려고 하는 거다. 그게 바로 침략이다.” 해럴이 무슬림 이민자들에 대해 한 말이다. 지난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모스크 두 곳에서 51명을 학살한 총기난사범에게 영향을 준 백인우월주의적 ‘대교체’(Great Replacement) 음모론을 그대로 읊은 것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로어노크 래피즈(Roanoke Rapids)에 사는 퇴역 군인 브라이언 인니스씨는 2016년에 트럼프가 내놨던 ‘모든 무슬림들 -17억 명- 의 미국 입국을 막자’는 제안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기독교인들이 저지르는 테러는 거의 없다.” 인니스가 주장했다. 물론 사실과는 다르다. “프로파일링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이슈가 생기는 곳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문제가 거기서 온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오마르,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민주당-뉴욕), 아야나 프레슬리(민주당-매사추세츠), 라시다 틀라입(민주당-미시간) 하원의원들에게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라고 한 것이 인종차별이었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그러나 유색인종에게 네가 온 나라로 ‘돌아가라’고 하는 것은 미국 역사상 백인 국수주의자들이 오랫동안 써온 모욕이다. (1957년에 아칸소주 리틀 록에서 흑인 십대 아홉 명이 백인 학교에 들어갔을 때, 1000명의 백인 시위대는 “아프리카로 돌아가라”고 외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는 공격을 받은 민주당 여성 하원의원들. 이들 중 세 명은 미국에서 태어났으며, 네 명 모두 미국 시민이다. (왼쪽부터) 라시다 틀라입, 일한 오마르,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아야나 프레슬리 하원의원.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리엄스턴(Williamston)의 트럭 운전사 대니 실스(50)씨는 이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인종차별이 “전혀 아니”라고 말했다.

“그들이 여기에 와서 동화되고 미국인이 되겠다면 여기 있어도 좋다.” 그가 해당 의원들에 대해 말했다. ”그들이 내부에서 이 나라를 파괴하려 한다면, 다른 곳으로 가야한다.”

지금까지의 트럼프 유세가 다 그랬듯, 그린빌에서도 언론에 대한 증오가 널리 퍼져 있었다. 이는 파시스트 운동의 특징 중 하나임이 잘 기록되어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줄곧 언론을 ‘가짜뉴스’, ‘시민들의 적’이라고 불러왔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러한 시각을 전폭적으로 받아들인다.

체육관 바깥에서 사람들이 줄서 있는 동안,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제품을 판매하는 상인들은 ‘CNN은 형편없다!’ 따위의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팔았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쓴 십대 밴드는 ‘CNN은 형편없다’는 제목의 곡을 연주했다.

 

허프포스트 기자로서 유세장 바깥에서 질문에 답할 의향이 있는 지지자들을 인터뷰하는 사이, 경찰이 다가와 유세 참석자들을 “위협하고 희롱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불만이 더 접수될 경우 기자를 유세장에서 쫓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기에 대한 맹세와 국가연주 순서에서 일부 기자들이 기자석에서 앉아있자 트럼프 지지자들은 성난 목소리로 “일어나, 언론인들!”라고 외쳤다.

트럼프가 연설 중 언론들을 공격하자 청중들은 격하게 반응했다.

“나는 폭스(뉴스에서 하는 얘기)를 듣지 않는다. 나는 CNN을 듣지 않는다. 나는 어떤 미디어도 듣지 않는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플로렌스(Florence)에서 온 교사 앨리신 스티버슨(57)씨가 말했다. ”나는 트럼프의 트윗과 Q어넌이 하는 얘기를 듣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유세장에 모인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 미국. 2019년 7월17일.

 

Q어넌(QAnon) 혹은 ‘Q’는 8chan 같은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익명의 게시자(들)로, 그는 자신이 고급 기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정부 관계자라고 주장한다. Q를 믿는 사람들은 Q가 트럼프 행정부와 힘을 모아 민주당원들을 대거 잡아들이기 위해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다고 믿는다. 근본적으로 친(親)트럼프 음모론이라고 할 수 있는 Q어넌은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가 Q 셔츠를 입자 (경호원들이) 셔츠를 벗으라고 했다.” 스티버슨씨가 말했다.

“그들은 Q 셔츠를 입은 사람이 있다면 벗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걸 사야 했다.” 자신과 친구가 입은 새 트럼프 티셔츠를 가리키며 스티버슨씨가 말했다.

그는 화나지는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 캠프 측에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린빌의 체육관 안에는 트럼프에 대한 완전한 헌신이 있었다. 트럼프도 그걸 느끼는 듯했다.

“위대한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방금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트럼프가 이날 밤에 올린 트윗이다. “대단한 청중이었고, 위대한 사람들이었다. 그 열정은 과격한 좌파 라이벌들을 날려버린다. #2020은 공화당에게 있어 대단한 해가 될 것이다!”

반면 오마르 의원은 미국 시인 마야 앤젤루의 ‘그래도 나는 일어난다’(Still I Rise)를 트위터에 올렸다.

“당신이 말로 내게 총을 쏠 수도 있다/당신이 눈으로 나를 벨 수도 있다/당신이 증오로 나를 죽일 수도 있다/그래도 공기처럼 나는 일어난다.”

 

* 허프포스트US의 A Fascist Trump Rally In Greenville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기사 출처 :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d3155ade4b004b6adad9c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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